[현장리포트] 김응룡 “광주구장은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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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30일 07시 00분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 역사속으로 사라질 추억의 그곳…

29일 광주 KIA전을 앞둔 한화 김응룡 감독은 “올 시즌이 참 길게 느껴진다”고 했다. 과거 ‘해태 왕조’를 이끌고, 삼성에서 감독과 사장으로 수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기쁨을 누렸던 그에게 꼴찌 성적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터. 자연스레 해태 시절 얘기로 이어지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광주구장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내년부터 KIA 홈 게임은 기존 광주구장 바로 옆에 한창 건설 중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다.

해태 왕조를 이끈 김 감독은 광주구장에서 18년간 사령탑을 맡아 무려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기쁨을 맛봤다. 한때 ‘광주에서 시장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광주 팬들에게는 영웅적 존재였다.

김 감독은 광주구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자 잠시 회상에 잠기다 옛 얘기를 꺼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게임이 취소 됐는데 마침 취소 결정 후 해가 떠 군산과 목포에서 온 팬들 수백 명이 ‘왜 게임 안 하느냐’고 시위(?)를 하더란다. 구단 사장과 단장이 어쩔 줄 몰라 난리가 났을 때, 그가 팬들 앞에서 “비가 오면 미끄러워 선수들이 다칠 수 있다. 내일 게임에서 이기겠다”고 소리치자 팬들 원성이 사라지고 박수가 터지며 사태가 진정됐다. “한때 나도 (광주에서) 인기 좋았어”라고 말하던 김 감독은 멀리 외야 스탠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돈 없던 해태 시절 1년에 1억원, 2억원씩 써서 계단 하나씩 올리고 했는데, 벌써 세월이 많이 지났네”라며 자신의 젊은 시절 땀과 추억이 담긴 광주구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새 구장 들어섰으니 좋은 거지…”라는 김 감독에게 ‘광주구장에게 한마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눈시울이 조금 불거지며 어렵게 한마디 꺼냈다. “내 마음의 고향이지. 고맙다고 하고 싶어.”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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