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내 성격이 내 운명이다… 운명을 지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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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운명과 한 몸이 된다. 운명과 한 몸이 되어야만 운명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고, 바로 당신이 운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루이제 린저·지식공작소·2001년)

‘생의 한가운데’로 유명한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의 인생 에세이 38편 모음집 가운데 ‘운명: 내 성격이 나의 운명이다’의 한 대목이다.

핑계가 늘었다. 일이 안 풀리는 것도, 애인이 없는 것도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나지 않은 탓이다. 신의 아들, 딸들과 경쟁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운명 탓으로 둘러대면 사람들도 그럴 수 있겠거니 쉽게 받아들이는 점을 이용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자격증이 더이상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닐뿐더러 이너서클에 들어가도 ‘계급 격차’를 느낀다.

사회 전반에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패배감은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5.2%)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사회 활동이 활발한 30대(80.2%)는 특히 비관적이었다.

청년층은 좌절당했다. ‘하류사회’로 내몰린 측면이 크다. 일본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는 “경제 양극화가 계층 간 ‘희망 격차’로 이어졌으며 이는 생활 능력에서부터 노동, 소비, 학습의욕의 저하를 낳아 하류사회를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찬,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주지 않는 사회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1950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허무에 빠진 세계 젊은이들에게 생의 한 순간까지 완벽하게 사랑한 여인 ‘니나’를 선사한 저자는 “운명을 긍정하라”고 제안했다. 그저 웃음으로 견디거나 양손을 놓고 체념하란 게 아니다.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성격이 운명(Character is fate)을 만들기에.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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