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전국에 산업단지 1000여개… 산업클러스터는 왜 만들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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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첫 국가산업단지 내일 기공식…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본보 6월 4일자 A14면
‘대구 첫 국가산업단지 내일 기공식…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본보 6월 4일자 A14면
《 대구시가 5일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기공식을 연다.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산업단지가 없는 대구에 조성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략)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까지 2조221억 원을 들여 조성된다. 차세대 전자·통신과 첨단기계, 미래형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로봇산업, 첨단섬유산업 등 업종이 입주할 예정이다. 》

Q. 최근 들어 많은 국가가 산업단지 혹은 산업클러스터 조성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식경제 시대에 산업집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클러스터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클러스터 정책을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이 되는 ‘집적경제’의 개념과 이 정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 집적경제는 외부경제를 낳는다

대구 달서구에 들어선 성서산업단지. 산업단지는 지역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에 경제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불경기 때는 지역 침체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에 들어선 성서산업단지. 산업단지는 지역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에 경제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불경기 때는 지역 침체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달서구 제공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주변에서 산업단지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다수의 기업이 동일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경제학에서는 이를 집적경제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별기업의 비용 절감 등 부수적 이익이 생기는 효과를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고 부릅니다. 즉, 기업이 한 지역에 집중돼 비슷한 산업이나 서로 다른 산업 간에 네트워크 구축 및 상호작용을 통해 사업 전개, 부품 조달, 인력과 정보 교류 등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왔던 ‘산업클러스터’는 집적경제를 설명하는 좁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산업단지, 신규 투자 및 일자리 늘린다

세계 최초의 산업단지는 1896년 영국 맨체스터 시에 조성된 ‘트래퍼드파크(Trafford Park)’입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많은 도시가 도로와 항만을 따라 공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집적이 나타났습니다. 개별기업들이 업종의 특성에 따라 가장 알맞은 입지를 선택하다 보니 특정 지역에 다수의 기업이 모이게 된 것이죠. 이후 세계로 확대되면서 유명한 산업단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산업단지, 텍사스 오스틴의 정보기술(IT)산업단지, 일본 도요타 시의 자동차부품산업단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정책적 목적으로 또는 자연발생적으로 국가 전역에서 다수의 산업단지가 조성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이미 경제개발을 위해 특정 산업을 일정한 공업단지에 세우는 형태로 1962년 울산공업단지, 1964년 구로수출공업단지를 조성하며 산업단지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수도권과 경북권이 개발되었으나 이후 바닷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다 내륙으로 확산되어 왔습니다. 2013년 1분기(1∼3월) 현재 전국에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 등을 합쳐 1000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됐고, 7만6666개 기업이 192만678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해당 지역에 국내외 기업들이 유치되면서 신규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해당 지역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산업집적의 이익에 최초로 외부성의 개념을 도입한 앨프리드 마셜은 “집적경제의 원천이 지식의 파급효과, 지역 내 숙련노동자의 풀(pool) 형성, 그리고 지역 내 전문화된 중간투입재 및 사업서비스의 효율적인 공급”이라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집적경제의 원천은 기업의 지리적 집중이 운송비용을 포함한 광의의 거래비용을 절감시켜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집적경제가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지역경제의 안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외부불경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은 외부불경제의 한 사례입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자동차산업의 불황과 금융위기로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가 타격을 받으면서 디트로이트도 점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또 기업이 밀집된 지역인 만큼 환경오염이나 혼잡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우리나라 산업단지,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해야

이종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종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산업단지의 주변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과거와 달리 대규모 입지에 대한 수요가 줄고, 전문화된 맞춤형 입지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혁신클러스터화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면서 과거와 같은 생산기능 중심의 산업단지를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 형태로 바꿀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조성된 산업단지의 상당수는 노후화돼 산업단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집적경제의 형성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을 조성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경제성장의 첨병 역할을 해온 우리나라의 산업단지가 산업구조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종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산업클러스터#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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