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잇단 구조개편, 경쟁력 강화? 후계 포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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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 인수 이어 삼성SDS는 삼성SNS 합병

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사업 구조를 잇달아 개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포함되면서 구조 개편을 후계구도와 연결지어 보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 안팎에선 사업 구조 개편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S는 27일 삼성SNS(옛 서울통신기술)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10월 1일 합병 계약을 맺고 12월 17일 합병을 완료하기로 했다. 삼성SNS 주식 2.16주당 삼성SDS 주식 1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매출 5100억 원 규모인 삼성SNS의 주요 사업은 통신 인프라 설계 및 구축이다. 삼성SDS는 합병을 통해 교육, 의료, 공항 등 기반시설에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구축하는 ‘스마트타운’ 사업의 글로벌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삼성SNS의 경우 매출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관련 사업 재조정을 통한 시너지 확대라는 차원에서 흡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은 23일 패션사업 부문을 관계사인 삼성에버랜드에 1조500억 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의 이런 구조 개편에 대해 삼성 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중복돼 시너지가 없는 사업을 떼어 내거나 성격이 비슷하지만 나뉘어 있는 사업을 한데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에 오너가(家)의 지분이 많다는 점에서 후계구도를 가시화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SDS는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8%,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하면 주식 수가 많아져 이 사장과 이 부사장 자매의 지분은 3.9%로 낮아지지만 삼성SNS 지분 45.8%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로 높아진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글로벌 진출이 부진해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신규 사업 인수 및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면 세 남매가 가진 지분의 주식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투자은행 업계는 현재 기준으로도 두 회사가 상장하면 이 부회장 지분 가치는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사업군이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 자매는 추후 자신이 맡을 사업체의 주식을 확보할 종잣돈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것 역시 전자, 금융, 건설, 서비스 등 여러 축으로 그룹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등 승계 구도의 큰 그림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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