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 수준 대타협’ 이끌 책임 박 대통령에게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내놓았던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해 “기초연금을 모든 어르신께 지급하지 못해 죄송하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조세와 복지 수준의 국민적 합의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지만 고교 무상교육 및 반값 등록금 공약도 내년 예산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 기초연금에서 첫 암초를 만나 박 대통령은 인사 난맥, 윤창중 사건에 이어 세 번째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복지 수단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공약만 부풀려지고 세금 얘기는 사라졌다가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선거 공약은 최대한 지키는 것이 옳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강 건넌 후 뗏목 버리듯’ 한 과거의 관행은 비정상이다. 하지만 도저히 지킬 수 없고 국가 미래에 큰 부담을 줄 공약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한 뒤 국민을 설득해 수정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공약 후퇴에 따른 정치적 손실을 용감하게 감내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정치이며 국가지도자의 도리다.

어제 대통령의 발언은 무리한 복지공약 전반에 대해서가 아니라 기초연금 수정에 국한되어 있다. 오히려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발언의 뒷부분에서는 “국민대타협위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께 알리고 여기서 조세의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조세와 복지 전반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대타협위에 증세와 복지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복지공약과 관련해 추가로 사과할 가능성이 있다. 나라 살림이 멍들고 나면 대통령의 사과도 의미가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