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딴따라와 배우사이 위험한 줄타기… 현명하게 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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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깡철이’ 주연 유아인

대구 출신인 유아인은 “부산 사투리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서울 사람이었으면 부산 말 배우기가 오히려 더 쉬웠을 겁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구 출신인 유아인은 “부산 사투리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서울 사람이었으면 부산 말 배우기가 오히려 더 쉬웠을 겁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부아가 났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유아인(26)을 만나기로 했다. 50분을 넘겨서야 영화 ‘깡철이’(다음 달 2일 개봉)의 강철 역인 그가 나타났다. “죄송합니다”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래도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던진 질문. “어디 유 씨죠?”

“가명입니다. (본명이) 엄홍식입니다.”

날선 질문을 날렸다. 전작 ‘완득이’(2011년)의 캐릭터와 이번 역할이 똑같다고 했다. 둘 다 학교 일진 출신에 상처가 많은 반항아. “달라요. 완득이는 인물 내부로 깊이 들어가지 않아요. 반면 강철이는 내면 깊은 곳을 보여 주는 캐릭터입니다.”

부산 부두에서 일하는 강철이는 불치병에 걸린 엄마(김해숙)와 산다. 엄마 병원비와 친구의 잘못 때문에 강철은 조폭 상곤(김정태)에게서 청부살인을 제안 받는다.

다시 ‘부산 조폭 이야기, 너무 식상하다’고 꼬집었다. “소재를 풀어 내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조폭의 어두운 세계에서 착한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를 묘하게 풀어 가요. 예쁜 마음이 담긴 영화예요.”

그는 작품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엄마와 아들이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게 좋았어요. (영화를 연출한) 안권태 감독님이 치매 걸린 엄마를 간호하는 아들의 다큐멘터리를 보여 줬어요. 거기서도 ‘엄마가 죽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너무 사랑하지만 어느 날은 너무 밉고….”

그의 배우 인생은 ‘완득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3년 KBS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년) ‘최강 칠우’(2008년)에 출연했지만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530만 관객이 든 ‘완득이’는 이후 러브 콜을 몰고 왔다.

“‘패션왕’과 ‘장옥정’은 드라마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전략적인 선택이었어요. ‘패션왕’의 캐릭터는 백마 탄 왕자 같지 않아서 좋았고, ‘장옥정’의 왕 역할은 징그럽지만 사극이라 좀 덜 징그러운 요소가 있어요.”

이제 ‘20대 남우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그는 “딴따라와 배우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현명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비판이 줄어요. 객관화하고 냉정해지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든 것 같아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사회적인 발언을 해온 그에게 멘토가 있는지 물었다. “헤헤, 좀 대답하기 어렵지만 불교를 좋아해요. 여기까지만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은 목소리, 필요한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더 따듯해진다고 봐요. 처자식 생기면 (목소리 내기) 어렵겠죠. 나를 성찰하고 이해의 벽을 깨는 게 배우란 직업의 장점 같아요. 대중도 너무 딴따라로 봐 주시지 말고 (목소리를) 존중해 주셨으면 해요.”

달변이었다. 그의 말에는 고교를 중퇴하고, 집을 나와 독립 영화를 만들며 세상과 부닥쳤던 경험이 녹아 있는 것 같았다. ‘뜨거운’ 청년과의 유쾌한 대화, 부아가 풀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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