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AFE]소설 ‘관상’ 읽지 않고 영화를 이해했다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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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7일 07시 00분


소설 ‘관상’의 작가 백금남 씨는 “영화 ‘관상’의 바탕을 제대로 알려면 소설 ‘관상’을 읽지 않고는 영화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 잡초 같은 여자 ‘연홍’을 꼽았다.
소설 ‘관상’의 작가 백금남 씨는 “영화 ‘관상’의 바탕을 제대로 알려면 소설 ‘관상’을 읽지 않고는 영화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 잡초 같은 여자 ‘연홍’을 꼽았다.
■ 소설 ‘관상’ 작가 백금남 씨

“영화 ‘관상’에선 보여주지 못한 내용들 산재
내경과 한명회의 관상 대결에 한 축 더 설정
제 깜냥만큼 살아가는게 인간…심상 고와야”


영화 ‘관상’의 기세가 거침없다. 영화 ‘관상’은 조선시대 계유정난이라는 왕위찬탈 사건과 관련해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 ‘관상’이 새롭게 탄생했다. 소설 ‘관상’이 그것이다. 소설 ‘관상’은 스크린의 감동을 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감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감동의 중심엔 소설 ‘관상’을 집필한 백금남 작가가 있다. 백 작가와 ‘관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영화 ‘관상’이 화제다. 어떻게 소설화 작업을 하게 됐나.

“영화는 보는 문학이고 노래는 부르는 문학이며 소설은 읽는 문학이다. 보이는 문학과 읽는 문학의 차이는 ‘주피터필름(영화 ‘관상’ 제작사)’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화를 서두르는 한편 소설화 작업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영화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탄생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럽다. 자연히 영화가 미처 말하고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을 읽게 할 수 있다.”

- 소설과 영화는 다른 점이 있다.(상학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좀 설명해 달라. 또 소설화 했을 때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글을 쓰는 내내 나를 괴롭혀 왔던 것은 소설로서의 독자성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소설 ‘관상’에는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 산재해 있다. 먼저 작품의 주인공인 내경을 살펴봐도 알 수가 있다. 내경이 어떻게 관상쟁이의 길을 걷게 됐고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되었는지, 가문의 몰락, 그의 출생, 그의 성장과정, 아버지 김지겸, 스승 이상학, 아내 아연, 아들 진형, 처남 팽헌의 역사가 드러난다. 그리고 한명회라는 인물이 중심인물로 그려져 있다. 소설은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권력 대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내경과 한명회의 관상 대결이라는 한 축이 더 설정되어 있다. 서로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역사의 인물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속 관상학의 디테일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재미있게 살아있다. 백 작가의 실제 관상의 깊이가 궁금했다. 그의 답은 단호했다. “난 글쟁이지 관상쟁이가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관상 공부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상을 얼마나 믿을까. 백 작가 왈 “상에 미래가 있고 현재가 있고 과거가 있다. 어떤 이는 호랑이상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이리상으로 태어난다. 호랑이상을 보면 그렇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이리상을 보면 그렇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마의 점 하나에도 이유가 있고 역사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가 보일 것이다.” 소설 속 내경을 닮은 ‘반(半)관상쟁이’ 같았다.

- 영화 ‘관상’을 보고 소설가로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 볼 때마다 자신의 얼굴에서나마 그 성패를, 그 존망을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우주의 역사요, 이 나라의 역사라는 생각도. 그리고 이 작품의 밑그림임에 분명하다는 생각도. 그날의 삶과 오늘의 삶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 소설에서 가장 애착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

“연홍이다. 잡초 같은 여자.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자. 그녀의 따뜻한 가슴을 만들면서 언제나 함께 있었다.”

백 작가는 젊은 시절 방랑벽처럼 전국의 명산과 절을 떠돈 이력도 있다. 그때 그는 왜 그랬을까. “내가 누구인가 궁금했다. 그때 나를 보았다. 글이었다.”는 짧고 굵직한 답이 돌아왔다. 그가 보는 자신의 관상이 궁금했다. 그는 선문답처럼 “지금의 내가 그 답”이라고 말했다.

- 소설 ‘관상’을 제대로 읽는 포인트는 뭔가.

“영화 ‘관상’의 바탕을 제대로 알려면 소설 ‘관상’을 읽지 않고는 영화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피바람 부는 역사의 행간 속에 있던 사람들의 역사가 소설 속에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바탕이 낱낱이 소설 속에 있다.”

백 작가는 “제 깜냥만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며 세상에 쓴소리를 쏟았다. “요즘 사람들은 마음 공부할 생각은 않고 너무 겉모습에 매달린다. 너무 겉모습에 천착하다 보면 천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귀골이라도 그 심상이 천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말이 죽비소리처럼 들렸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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