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 위한 ‘집주인 담보대출’ 내주 판매된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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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내가 왜?

세입자의 전세자금 일부를 집주인이 대출받아 주는 ‘목돈 안 드는 전세1’이 30일 6개 시중 은행에서 일제히 출시된다. 정부가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마련한 제도이지만, 집주인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수요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IBK기업 등 6개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은 목돈 안 드는 전세1 상품의 약관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이 약관을 승인하면 30일부터 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신규 전세 계약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이 오를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올려줘야 하는 보증금에 대해 집주인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는 이자를 내게 된다. 세입자는 인상된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고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납부하므로 부담이 줄어든다. 수도권의 경우 보증금 3억 원(지방은 2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000만 원(지방은 300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금리는 연간 최저 3.42%에서 최고 4.87% 정도다. 은행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고 급여 이체 여부나 카드 사용액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약 2∼3%포인트 낮고 일반 전세자금 대출 금리보다는 0.5%포인트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세입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집주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출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데 집주인이 굳이 대출까지 받아가며 전세 계약을 유지하려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면 집주인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달 앞서 출시된 ‘목돈 안 드는 전세2’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 이 상품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하면 대출 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한 달 동안 6개 은행의 대출 실적은 63건, 39억 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의 부담까지 늘린 목돈 안 드는 전세1의 흥행을 바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일 때 이용할 수 있는데, 저소득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이자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도 있으므로 상담을 통해 적합한 상품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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