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식인들 차별반대 시민단체 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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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前총리 등 21명 공동대표 “혐한시위 등 대응방안 적극 모색”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인 신숙옥 씨가 회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인 신숙옥 씨가 회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 성 종교 등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가 25일 도쿄(東京)에서 결성됐다. 헤이트 스피치가 재일교포에 집중되고 있어 사실상 혐한(嫌韓) 시위를 막기 위한 연대에 나선 것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재일교포 3세인 신숙옥 인재육성기술연구소장 등 21명이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단체인 잇스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 고문도 대표로 참여했다. 최근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등 극우단체의 혐한 시위와 관련해 지식인들이 공식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도쿄의 ‘코리아 타운’인 오쿠보(大久保)의 한 공연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이 다양한 집단과 공존 공생하도록 전국에서 벌어지는 헤이트 스피치 등 차별주의적인 시위에 반대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립 선언문에서 “재일 한국·조선인을 표적으로 하는 헤이트 스피치가 각지에서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며 “헤이트 스피치는 국적, 민족, 성별, 출신지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존엄성과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과 평화 공존하려는 정신을 언어와 물리적 폭력으로 손상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와 데모는 마치 유대인에 대한 박해를 연상케 하지만 일본 사회 대부분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즈키 고문은 헤이트 스피치 시위 현장에 일본 국기(히노마루)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히노마루를 그런 곳에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히노마루가 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올해 3∼8월 일본 내에서 161건에 이르는 헤이트 스피치 시위가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변호사 등 100명의 자원봉사자로 사무국을 만들어 전국에서 헤이트 스피치 시위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할 예정이다. 홈페이지(www.norikoenet.org)를 통해 후원자를 모아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인권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시민단체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시민활동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02년 ‘인권 옹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03년 폐지됐다. 그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해 아직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을 만들지 못했다.

공산당, 사민당 등이 초당파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공산당 소속 가미 도모코(紙智子) 참의원 의원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었을 때 위안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다시 초당파적으로 힘을 모아 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bae2150@donga.com
#혐한 시위#일본 혐한#무라야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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