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0점대 실점율’ 선두 포항의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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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6일 07시 00분


포항 골키퍼 신화용은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숨은 주역’이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청소부 역할에 비유하며 0점대 실점율로 더블(정규리그와 FA컵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포항 골키퍼 신화용은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숨은 주역’이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청소부 역할에 비유하며 0점대 실점율로 더블(정규리그와 FA컵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포항 스틸러스 수문장 신화용

올 시즌 25경기 출전 23실점…경기당 실점율 0.92
“위험부담 있어도 나가려 하는 편…행동반경 넓힐 것
2007년 정성룡은 자극제…아픔을 통해 더 강해졌다”


K리그 클래식 상위그룹의 우승 경쟁이 뜨겁다. 선두 포항 스틸러스(승점53)부터 4위 FC서울(승점50)까지 4팀의 승점차는 3점에 불과하다. 골키퍼의 중압감은 어느 때보다 심하다. 잘해야 본전인 특수 포지션. 모두가 우승후보인 상위그룹은 1골에 결과가 엇갈린다. 골을 막아야 하는 GK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포항이 줄곧 선두를 지키며 고공 행진한 것도 GK 영향이 크다. 감독부터 선수, 프런트까지 주전 GK 신화용(30)을 ‘숨은 공신’으로 꼽는다. 프로 10년차. 올 시즌 25경기 출전해 23실점했다. 경기당 0점대 실점율(0.92)이다. 오른쪽 허벅지 등 잔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신화용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1경기만 생각하며 집중하고 있다”고 자신을 낮췄다.

● “골키퍼, 항상 갈림길에 서 있어”

골키퍼는 흔히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환상적인 선방은 없지만 막을 만한 슈팅은 확실히 막아내는 것 ▲1∼2차례 실수가 있더라도 화려한 슈퍼세이브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GK는 10개를 막아도 하나를 놓쳐 골을 허용하면 10개의 선방보다는 하나의 실점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어려운 포지션이다.

신화용은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10년차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물음. 상황에 따라 최대한 골문을 지키면서도 넓은 활동반경을 가져가는 게 좋다는 대답도 곁들였다. 다만 분명한 지론은 있었다. 그는 “위험부담이 있어도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황선홍 감독님도 수비 뒷공간을 많이 커버하라고 주문하신다. 최근 1∼2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조금 더 신중히 판단하고 나가면 되지 않을까. 수비 부담도 줄여주고 뒤에서 궂은일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골키퍼는 골문을 지켜서는 최후의 보루다.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골대에만 머물면 된다”고 지적했다. 동료와 위험을 나누기 위해 행동반경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싶다고 전했다.

● “느리지만 꾸준히… 날 키워온 경쟁”

신화용은 2007년을 기억하고 있다.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강하게 키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2004년 포항에 입단한 신화용은 늘 경쟁을 안고 살았다. 김병지(43·전남), 정성룡(28·수원)등과 함께 생활했다. 특히 2007년은 정성룡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앞선 건 신화용이었다. 정규리그에 꾸준히 출전하며 안정적인 방어를 보였다. 신화용의 포항은 힘든 과정 속에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남FC와 단판 승부. 주전 장갑은 신화용의 몫으로 보였다.

하지만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파리아스 감독은 신화용 대신 정성룡을 주전 GK로 낙점했다.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선명히 아로새겨진 글자는 정성룡이었다. 그는 “당연히 뛸 줄 알았고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동료들은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PO무대 주전에서 밀린 신화용은 승부차기에서 교체 투입됐다. 승부차기 선방을 펼치며 4강에 올랐지만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었다. 2007년은 그렇게 저물었다. 결승까지 선방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정성룡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정)성룡이가 잘 막고 우승을 도왔다. 곧 좋은 대우를 받고 성남으로 이적했다. 만약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때 잘 돼서 다른 팀에 갔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겠나. 안주했거나 망가졌을 수도 있다. 아픔을 통해 많이 강해질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받아들이게 됐다. 프로는 곧 경쟁이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조금씩 올라가는 게 저한테 큰 득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 “경기장 찾은 딸의 응원은 좋은 기운 가져다 줘”

신화용은 팀에서도 내로라하는 딸 바보다. 두 딸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방 원정이 잦은 선수 특성상 짬짬이 두 딸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는 “첫째 딸이랑 많이 놀아주는 편이다. 쉬는 날에는 종일 붙어 지낸다. 문화센터 등을 찾아 딸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한다”고 웃었다.

딸은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받으면 힘이 샘솟는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기분이 있다. 딸 얼굴을 보면 반갑다. 집에서 볼 때와는 다른 신기한 느낌이다. 미소 짓게 되니까 스스로 힘을 얻는 것 같다. 상대 슈팅을 다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좋은 기운을 얻는다”고 말했다.

포항은 앞으로 10경기(FA컵 결승전 포함)를 남겨두고 있다. 팀은 올 시즌 더블(정규리그와 FA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는 앞에 놓인 경기만 묵묵히 보고 달릴 뿐이다. 무실점 경기를 자신하고 있다. 쉽지 않은 도전임을 알고 있다. 울산, 전북, 서울 등 우승후보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0점대 실점율이면 팀 우승에 작은 기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신화용은 장갑을 조이며 연신 몸을 날리고 있다. 슈퍼세이브는 계속 될 것이다.

신화용은?

●생년월일 : 1983년 4월 13일
●신체조건 : 182cm·81kg
●학력사항 : 포항제철중-포철공고-청주대
●수상경력 : 2009 K리그 골키퍼 부문 베스트11
●프로경력 : 포항 스틸러스(2004∼)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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