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박병엽, 팬택서 물러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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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에 대표이사직 사의 표명
정상화 노력에도 실적부진 이어져… 직원 800명 6개월간 무급휴직
책임경영 차원서 결단 내린듯

맨손으로 창업해 국내 3위 휴대전화 기업을 키워낸 ‘샐러리맨 신화’ 박병엽 팬택 부회장(51·사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24일 팬택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이날 오전 주주협의회(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을 방문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부회장은 “채권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실적 악화로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데 대해 책임감을 느꼈고, 최근 심장혈관 수술에 갑상샘 질환까지 얻으며 건강이 악화된 것도 사임을 결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이 사임하면 회사는 당분간 이준우 대표의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1일부터 전체 임직원 2500여 명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800여 명이 6개월간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팬택은 또 글로벌 사업을 축소하고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팬택의 해외 사업은 저가 제품 위주여서 판매량 기준으로는 회사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30% 수준이다. 회사 측은 월 15만 대 안팎인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을 20만 대로 늘려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실적 악화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은 그해 2분기(4∼6월)부터 20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회생의 길을 밟아 왔다. 2011년 12월엔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7∼9월) 17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호서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부회장은 무선호출기 제조업체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1991년 팬택을 창업했다. 전세금 4000만 원을 종잣돈으로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6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팬택을 휴대전화 업계 3강으로 키웠다.

2000년대 초중반엔 국내 30위권의 주식 부자로 부상하며 ‘샐러리맨 창업 신화’로 회자됐다.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백의종군’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2011년 채권단과의 견해차로 갈등이 생기자 사퇴하겠다는 강수를 던지며 채권단을 압박해 부회장직 유지와 워크아웃 졸업을 끌어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들어 이준우 대표에게 안살림을 맡기고 “최대 2000억 원을 유치하겠다”며 투자 유치에 전념했다. 실제로 퀄컴(262억 원)과 삼성전자(530억 원)의 투자를 끌어오고, 주주협의회로부터 1565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박병엽#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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