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진]그들은 왜 ‘神의 직장’을 버렸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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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팟캐스트 ‘취업학개론’ 운영자 청년드림 자문위원
김태진 팟캐스트 ‘취업학개론’ 운영자 청년드림 자문위원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신입사원.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한다. ‘조기 퇴사’가 기업 인력관리의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30%나 됐다. 공들여 뽑은 신입사원 3명 가운데 1명이 조기 퇴사를 하는 셈. 과장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진행하는 ‘취업학 개론’이라는 방송에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을 다니면서도 퇴사를 고민한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종종 올라오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 가운데 한 명이다. 이들이 신의 직장을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일반적인 인식의 오류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의 직장이 실은 신의 직장이 아닌 경우다. 대표적인 예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각광받는 직장 중 하나가 시중은행이다. 최근 ‘취업학 개론’으로 한 청취자가 사연을 보내왔다. 2년 전 모 은행에 정규 행원으로 취업했으나 평균 12시간을 훌쩍 넘는 근무시간, 잦은 회식과 높은 업무 강도, 정년에 대한 불안감 탓에 퇴사를 결정하고 대학교 교직원으로 새롭게 취업했다는 사연이었다. 보통 은행원 하면 6시 ‘땡’ 퇴근, 정년 보장은 물론이고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면 아래서 물질하는 오리처럼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똑같이 고생하며 일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의 직장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경우다. A 씨는 명문대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인 서울 소재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던 그는 교직원을 그만두고 지금은 체육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후회는 없단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직장이 그에게는 신의 직장이다.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에 맞춘 직장은 신의 직장이 될 수 없다. 높은 연봉을 주는지보다 직무가 적성에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직장인지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나만의 신의 직장을 알아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당 기업의 인턴에 도전해 보거나 직무를 직접 체험해 본다. 도서관에 앉아 스펙만 쌓을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는 것이다. 힘들게 입사하고 나서 뒤늦게 자신의 적성을 깨닫느냐, 미리 나만의 신의 직장을 찾아내느냐는 스스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태진 팟캐스트 ‘취업학개론’ 운영자 청년드림 자문위원
#신입사원#퇴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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