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사 연구원? 우린 매일 지지고 볶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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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광파오븐 개발 맡은 창원공장 C&C사업부 ‘쿠킹 랩’ 가보니

LG전자 C&C 쿠킹 랩에서 신은미 주임연구원, 제성훈 책임연구원, 김광화 수석연구원(왼쪽부터)이 ‘디오스 광파오븐’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C&C 쿠킹 랩에서 신은미 주임연구원, 제성훈 책임연구원, 김광화 수석연구원(왼쪽부터)이 ‘디오스 광파오븐’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경기 침체에도 LG전자 생활가전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2015년 세계 1위를 향해 순항하고 있습니다. 세탁기, 냉장고뿐 아니라 오븐도 이른 시일 내 1위를 차지할 겁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주방가전 시장에서도 약진해 세계 생활가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에서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을 적용한 ‘디오스 광파오븐’ 등 주방가전을 부스 맨 앞에 전시했다.

주방가전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LG전자 창원공장 C&C(Clean&Cooking)사업부의 ‘쿠킹 랩(Lab·연구소)’을 최근 찾았다. 다가갈수록 달콤한 피자치즈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쿠킹 연구소라는 것이 새삼 실감났다.

이곳에서는 갈비찜, 잡채부터 스파게티, 베이커리까지 동서양 음식을 가리지 않고 30가지가 넘는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LG전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984년 쿠킹 랩을 설립해 자사의 주방가전으로 요리를 만들어 보며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쿠킹 랩의 규모를 더욱 키웠다.

265m² 정도 크기의 공간 중앙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싱크대와 식탁으로 구성돼 있었다. 5명의 연구원은 편한 복장에 앞치마와 실내화 차림으로 싱크대 앞에서 파프리카를 자르고 프라이팬에 계란을 부치고 있었다. 식탁 옆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와 책꽂이가 없었다면 생활가전 연구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김광화 LG전자 C&C사업부 수석연구원(42·여)은 “우리가 만든 생활가전으로 직접 요리를 해봐야만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철학”이라며 “처음엔 요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연구원들도 이제는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연구실 한쪽 구석에는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다양한 전통 조리기구들이 가득했다. 피자를 굽는 이탈리아식 화덕, 대형 제빵 오븐, 태양열로 요리하는 인도의 솔라 쿠커도 있었다. 눈이 동그래진 기자를 보더니 신은미 C&C사업부 주임연구원(27·여)은 “맑은 날 솔라 쿠커를 옥상으로 가져가 실험을 해봤는데 2시간이 지나도록 물이 끓지 않아 요리하는 데 고생했다”며 웃었다. 그는 각국의 전통 기기는 물론 최신 기기까지 다양한 조리기구를 직접 써본 뒤 장점만을 뽑아 광파오븐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최근에는 생활가전에 스마트 기능도 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220여 개 요리법이 저장된 ‘LG 디오스 광파오븐’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원하는 요리를 정한 뒤 광파오븐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조리 기능, 온도, 시간을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런 업무를 맡고 있는 제성훈 HA사업본부 책임연구원(39)은 “협업을 위해 C&C사업부 쿠킹 랩을 찾다 보니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불어난 살을 빼느라 고생하고 있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LG전자에 따르면 세계 오븐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2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등지가 큰 시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IFA에서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조만간 선진국 시장의 점유율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원=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LG 광파오븐#쿠킹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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