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손님, 꼼짝마!”… 에스원, 서울전역 5분마다 체크 ‘밤샘 경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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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원 추석 비상근무 동행기

16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에스원 통합관제센터에서 관제사들이 수도권과 강원, 제주 지역의 범죄 발생 및 출동 상황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에스원 제공
16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에스원 통합관제센터에서 관제사들이 수도권과 강원, 제주 지역의 범죄 발생 및 출동 상황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에스원 제공
유독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 출동경비업체 에스원은 특별 비상근무를 했다. 매년 명절 연휴 때면 빈집털이 등의 사건이 평소보다 10%가량 더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상근무 첫날인 16일 에스원의 VIP 관리지역 순찰차에 동승했다. 서울 경기권 상황을 총지휘하는 경기 수원통합관제센터도 찾았다.

오후 6시 교대한 192호 차량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고급주택 지역 순찰로 일과를 시작했다. 분당 끝머리에 있는 이 단독주택가에는 유명 연예인과 대기업 오너들이 다수 살고 있다.

윤정혁 대원은 “고급주택가는 인적이 드물어 경광등을 켠 채 순찰을 돈다”며 “사흘 전 판교의 고급주택가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해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달리 1인 근무체제인 에스원은 출동차량 내부를 개조해 운전석 옆자리에 금고를 놓는다. 여기에는 고객들이 맡긴 열쇠와 카드 키 800여 개가 보관돼 있다. 비상시에는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에스원이 고객의 주택 또는 사무실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침입자가 출입구의 세콤 보안장치를 무단으로 뚫고 들어가면 자동으로 통합관제센터의 알람이 울린다. 내부에 설치한 열 감지기도 작동해 침입 여부를 재확인한다. 세콤이 혹시 작동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침대 옆 등에 숨겨둔 비상벨을 누르면 곧바로 출동한다. 대원들은 가스총과 3단봉을 들고 다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우선 도주로를 막은 뒤 경찰과 공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에스원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단독주택은 3년 계약 조건으로 평균 월 15만∼25만 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집안 구조와 평형, 층수, 유리창 개수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330m² 크기의 아파트도 중간층이면 1층의 165m² 집보다 싸게 계약할 수 있다.

기자가 동행한 내내 차량에 비치된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와 무전기가 번갈아가며 울렸다. 수원 통합관제센터에서 보내오는 출동 및 알림 메시지였다. 오후 8시 18분 한 고객이 “연휴 동안 집을 비운다”며 자택 주변 순찰을 요청했다. 빈집처럼 보이지 않는지, 침입 흔적은 없는지 살펴본 윤 대원은 “출동 차량이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도둑들의 범죄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무실에 침입 감지신호가 울렸다. 미리 받아놓은 열쇠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깜빡 잊고 보안시스템을 해제하지 않고 들어온 직원 한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가장 흔한 오인 신고다.

192호 차량을 비롯해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의 차량과 오토바이 360대를 총괄 지휘하는 곳이 수원 통합관제센터다. 오후 10시경 센터에 들어서니 전면 중앙에 걸린 모니터 16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에는 서울 전역이 한눈에 보이는 대형 지도와 함께 ‘침입 123건, 화재 5건, 고객 요청 99건’ 등 상황이 5분마다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26명의 관제사는 서울 강남, 경기 안산, 안양 등 지역별로 구분된 부스에 앉아 각각 전화 3대와 모니터 3대로 상황을 처리했다. 동시에 20건 이상의 사건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50분 단위로 교대한다. 사건 발생 신호가 들어오는 즉시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출동을 명령한다. 차량의 실시간 위치와 평균 속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이후 상황을 지휘하는 것 역시 관제사들의 몫이다.

VIP와 VVIP(초우량고객) 주택은 월평균 납입액과 가입기간, 저명인사 여부 등에 따라 선정되며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별도로 표시해 특별 관리한다. 최근에는 슈퍼마켓과 이동통신사 대리점도 중점관리 지역이다. 류승환 상황팀장은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대형 계획범죄보다는 생계형 범죄가 많아졌다”며 “요즘 담배와 휴대전화가 현금화하기가 가장 쉽다 보니 슈퍼마켓과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에스원#추석 연휴#비상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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