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화려한 스펙보다 따뜻한 가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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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인성 중심 채용 바람 확산… 대구은행 학교-나이-토익 없애
대구텍 블라인드 면접 실시 등 열정과 창의적 사고의 인재 뽑아

대구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행원 채용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까지 ‘4년제 대학 졸업 및 성적 평점 B학점(4.5 만점 기준 3.0) 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했으나 이번에는 없앴다. 학교와 전공, 나이에 관계없이 지원서를 받았다. ‘토익(TOEIC) 800점 이상’도 없앴다. 대신 서류전형에서 인성 부분을 강화했다. 지원서에 역량 소개란을 신설하고 대구은행의 핵심가치인 ‘섬김 열정 정직’과 연계한 검증문항을 보강했다.

면접 방식도 바꾼다. 서류를 통과한 지원자의 학력과 경력 같은 스펙을 면접관에게 공개하지 않는 대신 인성을 주로 평가하는 합숙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합격자는 임원 면접에서 가치관과 적성평가 등을 거쳐 11월 초 발표된다.

지원자는 크게 늘었다. 23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45명 모집에 2804명이 지원, 6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지원자는 1061명. 경쟁률은 30 대 1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인성을 갖춘 직원이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며 조직 문화에도 잘 적응해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기준이 인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대구텍(달성군 가창면)은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외부 전문기관이 만든 인성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들은 1시간 반가량 컴퓨터로 100여 개 문항을 풀어야 한다. 상사와의 마찰 해소 방법이나 조직 상황 대처 요령 등을 묻는다. 실무 및 임원 면접도 학력 등을 공개하지 않고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앞으로 연간 30∼50여 명을 이런 방식으로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학력과 나이 제한은 없다. 다만 외국인 투자기업이라 토익은 700점 이상이어야 한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구텍 인사과 관계자는 “지원자의 성적 등은 크게 차이가 없다. 조직에 잘 적응해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인성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내년 5월 예정인 신입사원 공개시험 때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정할 계획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인성 및 적성을 판단하는 데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기시험은 영어와 일반상식, 전공과목 등 3과목을 치렀다.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 영어 시험 비중은 낮아지거나 토익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운영에 영어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인성이 기업 이미지와 조직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원 면접에도 인성평가 항목을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계명대 신진교 교수(50·경영학과)는 “요즘 기업들이 인성을 중시하는 것은 자신보다 조직을 배려하면서 현장에 빨리 적응해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회사의 미래와 경쟁력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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