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파리 향수전문매장 ‘세포라’ 9시 이후 영업금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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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화장품 향수 전문판매 매장인 '세포라'는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을 켜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연간 600만 명으로, 한해 에펠탑 관광객 숫자와 맞먹을 정도다.

그런데 파리 지방법원이 23일 '세포라'에 대해 밤 9시 이후 심야 영업을 금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8만 유로(1억16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프랑스 정부가 경기 활성화와 실업 대책에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심야영업' 금지 판결에 르피가로, 월스트리트저널 등 국내외 언론이 주목했다.

이번 소송은 프랑스의 노동조합총연맹(CGT) 등 노조 단체들이 18개월 전부터 심야 영업을 하던 대형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낸 본보기 소송 중의 하나다. 대형 노조단체의 파리지부로 구성된 '클릭P'는 법정에서 애플, 유니클로, 모노프리, 카지노, 갤러리 라파예트 등 굴지의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와 맞붙여 잇달아 승소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뷔통 그룹(LVMH) 소유인 '세포라'의 샹젤리제 본점은 평일에는 자정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23일 파리 지방법원의 재판정에는 이 회사의 직원 50명이 증인으로 출두했다. 이들은 "밤에도 일하고 싶다"며 "회사와의 동의 하에 50%의 야근 수당과 100%의 휴가 보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라 측은 보도 자료를 내고 "오후 9시 이후에 20%의 매출이 발생하며, 58명의 직원들이 야근조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심야 영업이 금지되면 45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001년 개정된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근무는 "경제적 활동의 연속성과 사회적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에릭 쉬레르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관계자는 "야근은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심야 영업은 법원의 판결대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포라 측은 "어쩔 수 없이 1주일 뒤부터는 밤 9시에 문을 닫아야 하겠지만, 이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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