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동양그룹 지원의사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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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 허덕… CP-회사채 팔아 위기 모면했지만
10월부터 채권판매 못해 돈줄 막혀… 특단대책 없으면 법정관리 갈 수도

오리온그룹이 일가(一家)인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채권은행들이 자금을 대는 데 난색을 표하고,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어려워져 재계 순위 38위 동양그룹은 큰 위기를 맞았다.

오리온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앞으로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발행한 CP 상환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오리온 지분(27.4%) 일부를 ABS의 담보로 제공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딸들이다.

이화경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고심 끝에 오리온은 영원한 존속과 번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동양그룹을 지원했다가 자칫 오리온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밝혔다.

시멘트, 레미콘 등이 주력 사업인 동양그룹은 건설 경기가 침체되고 계열사인 동양매직 등의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자 동양그룹은 연 7∼8%대의 높은 금리를 주고 만기 1년 이내의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며 위기를 넘겨 왔다.

하지만 10월부터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투기 등급 CP·회사채 등을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없도록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동양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동양그룹 CP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팔린 터라 사실상 자금줄이 막힌 것이다.

동양그룹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차입금과 달리 회사채나 CP는 채권단이나 당국이 손을 쓸 도리가 없기 때문에, 상환을 못할 경우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에 대출을 가장 많이 해 준 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추가 자금 지원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그룹 측은 “현금을 들여올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치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계열사와 자산을 팔아 부도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며 매각에 나서는 터라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동양그룹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그룹 CP와 회사채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당장 이달에만 1937억 원 규모의 CP·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고 올해 안에 1조1000억 원가량의 만기분을 상환해야 한다. 이를 갚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금감원은 5000억 원 안팎의 CP·회사채가 개인에게 팔려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약 5만 명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금감원은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 점검을 통해 동양그룹 CP 등의 판매 및 운용 실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상훈·류원식·장관석 기자 january@donga.com
#오리온#동양그룹#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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