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원 前-現 간부 2명 기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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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野 재정신청 받아들여 검찰에 직권으로 공소제기 명령
원세훈 공판 증인출석 국정원女 “선거-정치개입 지시는 없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2)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에 대해 법원이 검찰에 기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6월 원 전 원장만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 등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인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서울고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6월 신경민 민주당 의원 등 3명이 법원에 낸 국정원 직원 5명에 대한 재정신청 중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3일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기소 여부를 직권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은 직위와 가담 정도를 고려해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해 공소 제기를 명했다”며 “직접 사이버 활동을 한 부하 직원인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와 이모 씨, 외부 조력자 이모 씨 등 나머지 3명은 상급자의 지시 등에 따라 사건에 가담했고 일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청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대해 “조만간 2명에 대한 기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3차장은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방첩, 공작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직이다. 군 장성 출신인 이 전 3차장은 2011년 4월 초 국정원에 영입돼 2년간 근무하다 퇴직했다. 민 전 단장은 국정원에 재직 중이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공판에는 여직원 김 씨(29)가 증인으로 출석해 “하루에 3, 4개의 이슈나 논지에 대해 관련 글을 쓰라는 (국정원 상부의) 지침이 내려온 건 맞지만 북한이나 종북 세력의 사실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선거 및 정치 개입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무상교육 철회와 곽노현 교육감 유죄 판결, 이정희 대선 후보의 남쪽 정부 발언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게시글을 작성한 건 맞지만 안보 활동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구체적인 게시글 작성 역시 파트원들이 알아서 작성한 것이며 찬반 클릭도 “내가 속한 파트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해보기로 했던 일로 상부에 보고되지는 않았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무상교육이나 반값등록금 등 국내 이슈와 관련해 야당의 입장을 비판하는 글을 쓴 이유를 묻는 검찰 신문에 “복지 포퓰리즘과 관련해 북한의 선전·선동 활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며 누군가의 유불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글에 여러 파트원이 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한 것과 관련해 “파트장이 파트원들에게 (반대 클릭을 해보라고) 연락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종북 세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차원이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 당시 외부 조력자 이 씨를 2012년 여름 직접 만났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이 씨를 (감금 사태) 이전에 만난 적이 없고 경찰 조사를 전후해 (내가 소속된) 심리전단의 파트장 이 씨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이 씨는 국정원 외부 조력자로 한 달에 300만 원씩 받으며 관련 업무를 도왔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국정원#국정원 공소제기#국정원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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