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임광]공공의료기관 ‘착한 적자’ 정부가 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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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광 서울의료원 행정부원장
최임광 서울의료원 행정부원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 모 의료원의 폐쇄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비록 짧은 경험이지만 국정조사를 치르면서 공공의료기관 운영방향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먼저 ‘경영의 직접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다. 당연히 공공기관의 경영은 의료원장을 비롯한 임원진에 있다. 병원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전 직원에게 알려 주인의식을 갖도록 함은 물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의료외수입 등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노조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함께 가는 동료의식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소속되어 있는 노조원을 포함한 직원들이다. 직원들에겐 병원을 공동경영한다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병원이 문을 닫으면 직장을 잃고, 경영상태가 어려워지면 자신의 급여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매년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상 시 비교적 안정적인 공공기관이라는 이름 아래 자기 몫만 챙기는 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도 경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영진을 임명하는 것도 자치단체장이고 운영에 대한 감독과 지원의 근본적인 책임도 자치단체의 몫이다. 원장을 임명한 것으로 책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 병원 운영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서울시 권역이지만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서울의료원은 병원 이전을 통해 새로운 건물과 시설, 최신 장비로 일제히 교체해 여느 대학병원보다 더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병원을 찾는 시민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 명칭도 ‘서울의료원역’으로 변경했으며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노선을 늘리고 셔틀버스를 신설했다. 이에 힘입어 하루 외래환자가 2000여 명에 육박한다.

공공의료기관은 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를 본다는 말이 있다. 그 적자는 소속 직원의 인건비 인상분이 아닌 저렴한 진료수가에 의한 것이라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의료외수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적자 즉, ‘착한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의료원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환자 안심병동’은 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한 모범사례다. 국정조사 현장방문을 마친 위원 한 분이 “공공의료기관 운영의 키워드는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다”라고 강조한 사실을 되뇌어본다. 공공의료기관이 나아갈 길은 곧 사람을 향한 길이다.

최임광 서울의료원 행정부원장
#공공의료기관#경영#노조#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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