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실크로드의 끝은 경주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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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과 서역(西域) 각국이 무역을 통해 교류한 전설의 교통로가 실크로드다. 중국의 비단이 이 길을 통해 유럽에까지 전해져 비단길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6400km가 넘는 교역로를 통해 오간 것은 종이, 화약, 후추는 물론이고 기린 사자 같은 동식물, 종교 문화 생활양식 등 다양했다. 기원전부터 사막과 오아시스로 연결된 이 내륙의 길은 고대의 ‘슈퍼 하이웨이’였다.

▷실크로드의 황금기는 당나라 시절(618∼907)이었다. 당시 한반도 역시 실크로드를 통해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西安)과 신라 수도 서라벌(지금의 경주)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는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오가는 현재의 한중 교류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활발했다. 신라 미추왕릉에서 발견된 은그릇에 조각된 여인은 고대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아나히타 여신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크로드는 장안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경주까지 이어졌던 우리의 교역로였다.

▷중국 역사학자 리 레이가 최근 발표문에서 “아라비아어로 된 고대문서는 신라를 세계의 끝으로 간주했다. 유럽에서 중국을 통해 신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모두 경주로 이어졌다”고 밝힌 것도 경주와 실크로드의 관계를 뒷받침한다.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된 금실로 짠 황금보검은 사산조 페르시아 문화가 신라에 들어왔다는 유력한 증거다. 8세기경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4대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바그다드, 장안, 서라벌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을 주제로 지난달 31일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2013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21일 폐막했다. 연인원 48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한국 문화의 전통과 멋에 흠뻑 젖었다고 한다. 양국 조직위원회는 공동선언문에서 ‘고대 실크로드가 단지 역사에만 존재하는 통로라는 인식을 넘어, 미래 세기까지 펼쳐질 상상과 희망의 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반도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미래의 길에서 끝이자 시작이 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실크로드#교역로#경주#2013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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