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용·통합으로 일군 독일의 ‘엄마’ 메르켈 총리 3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유로존 위기 속에 독일을 유럽의 강자로 일으켜 세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選) 가도에 들어섰다. 그제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은 2009년보다 7.7%포인트 증가한 41.5%의 지지율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된 메르켈 총리는 양성(兩性)평등과 동서독 통합의 상징이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실용의 리더십으로 유럽연합(EU)의 리더가 된 그가 2017년까지 총 12년간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11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뛰어넘는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대처와 메르켈은 조국이 ‘유럽의 병자’로 불릴 때 보수적 남성 정치인을 누르고 등장한 구국(救國)의 여성 리더이기도 하다. 대처가 ‘큰 시장, 작은 정부’의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영국병’을 치유했다면, 메르켈은 이념과 정파를 떠난 실용적 개혁으로 독일을 이끌었다. 메르켈 총리가 통독 이후 최저의 실업률,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 경제를 달성한 것도 전임 중도좌파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노동시장과 복지개혁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폐기와 ‘엄마 연금’ 등 녹색당과 사민당 등 좌파 야당이 제기하는 이슈까지 끌어안는 폭넓은 리더십도 그의 장점 중 하나다.

신중하게 컨센서스를 일궈내는 과정 때문에 ‘독일 정치는 지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신뢰의 리더십도 메르켈 총리의 승인 중 하나다. 독일의 슈피겔지 인터넷판은 “‘독일인들 사이에 ‘엄마(Mutti·무티)가 제일 잘 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메르켈 총리는 국민이 원치 않는 논란을 피해가며 결국 해결책을 찾아내는 정치력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동독의 사회주의를 경험한 메르켈 총리가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성장과 분배의 철학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재정위기의 남유럽 국가들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종용해 비난을 받았지만 때론 단호한 그의 신념이 EU를 지킨 것도 사실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을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만든 메르켈 총리는 여성 리더십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선#실용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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