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雙低’ 깨질 조짐… 복병 만난 한국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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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꿈틀… 시리아 사태후 두바이유 2% 올라,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 동반상승
금리도 꿈틀…수입물가지수 반년만에 상승세 전환, 이자 부담에 경기회복 걸림돌 우려

국제유가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저물가-저금리의 ‘쌍저(低)’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저물가, 저금리 시대의 종언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현상인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약하나마 회복세 조짐을 보이는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가 꿈틀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1∼20일)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9.15달러로 전월(1∼31일) 대비 2.0% 상승했다.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히는 북해산 브랜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9월 평균 가격 역시 전월보다 각각 1.7%, 1.0% 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말부터 급등세를 보인 것은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시리아 공습 가능성을 밝힌 지난달 28일에는 WTI 가격이 배럴당 110.1달러로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행동 직전인 14일 극적으로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안에 합의하면서 시리아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쉽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 등으로 원유 수요는 늘고 있지만 불안정한 중동 정세로 원유 생산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현재 미국의 원유 재고가 두 달여 만에 1640만 배럴 줄어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가 오르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석유가 원자재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원료인 만큼 유가가 다른 원자재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3일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20일 사이 동 가격은 3.5%, 알루미늄 2.1%, 아연 1.8%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한국의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경상수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7월 경제전망에서 올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99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7∼9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106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8월 수입물가지수(달러 기준)가 반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물가 역시 바닥을 치고 상승폭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역시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저물가와 함께 저금리 기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방침을 밝히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국내 시장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31%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라 올 들어 처음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진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조선, 해운 등 부채가 많은 취약업종 기업들의 부실이 커진다.

국제금융센터는 ‘리먼사태 5주년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주요국 금리가 올라가면 한국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고 국내 금융시장은 외화 유출에 따른 환율불안 등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제유가#국제금리#금리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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