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방송플로리스트 김동숙 씨·티소믈리에 정승호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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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와 미적감각은 기본… 관찰과 연습으로 실력 길러야죠”
방송플로리스트를 만나다

김동숙 방송플로리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신성초 4학년 홍건의 군(왼쪽)과 충북 산성초 6학년 김다빈 양이 직접 만든 꽃 장식품을 들고 있다.
김동숙 방송플로리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신성초 4학년 홍건의 군(왼쪽)과 충북 산성초 6학년 김다빈 양이 직접 만든 꽃 장식품을 들고 있다.
최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꽃미남 체육대회’ 특집. 배우 이광수는 머리에 ‘장미꽃 화관’을 쓰고, 배우 김수현은 가슴에 꽃으로 만든 부토니에(양복 깃 단춧구멍에 꽂는 액세서리)를 달고 매력을 발산했다.

이들을 빛나게 한 화관과 부토니에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23년 경력을 가진 방송플로리스트 김동숙 씨(55)가 그 주인공이다. ‘플로리스트(florist)’는 ‘꽃 전문가’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방송플로리스트’는 특히 방송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소품이나 무대장식 등을 꽃으로 꾸미는 전문가를 말한다.

충북 산성초 6학년 김다빈 양과 서울신성초 4학년 홍건의 군은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김 씨를 만나 방송플로리스트의 세계를 탐색해 보았다. 인터뷰가 끝난 뒤 두 어린이는 김 씨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철사와 꽃을 이용해 ‘나만의 꽃장식품’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중요

홍 군이 “방송플로리스트가 하는 일은 일반 플로리스트가 하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요?”라고 물었다.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똑같지만, 방송플로리스트는 좀더 큰 규모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방송의 배경으로 나오는 정원을 꽃과 나무로 연출하거나 무대를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한마디로 ‘공간연출’에 가까운 성격이랄까요?”(김 씨)

김 씨는 최근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나온 ‘장미정원’을 만든 주인공. SBS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 나온 옥탑 주변을 각종 식물로 장식한 것도 다름 아닌 김 씨다.

“방송플로리스트에게 특히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라는 김 양의 질문에 김 씨는 “방송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하다”면서 경험담을 들려줬다.

얼마 전 생방송 SBS ‘인기가요’ 현장에서의 일이다. 연출자가 김 씨에게 진행자 앞에 꽃병을 놔달라고 갑자기 요청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꽃병이 없는 상황. 이때 김 씨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철사를 구부려 아래가 넓고 위 입구가 좁은 소용돌이 모양의 꽃병을 만들었다. 또 황금빛의 꽃이 필요하다는 연출자의 말에 연밥(연꽃의 열매)에 황금색 스프레이를 뿌려 금세 화려한 ‘황금꽃’을 만들기도 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가짜로 나무나 담쟁이덩굴 등을 만들어야 할 때도 많아요. 이때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런 능력은 수많은 관찰과 연습을 통해 길러진답니다.”(김 씨)

과일과 생화로 멋진 꽃 장식 만들어요

방송플로리스트나 플로리스트는 자격증이 없어도 꽃을 다루는 손재주와 미적인 감각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대신 경험과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김 씨는 꽃꽂이 사범(스승) 자격증을 딴 것에 그치지 않고 2008년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명인·어떤 분야에서 위대한 실력을 가진 전문가) 자격증을 따는 등 전문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예쁜 꽃장식품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줬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사는 대신 생화(살아있는 진짜 꽃)를 사서 과일에 꽂으면 멋진 꽃장식품이 된답니다. 또 스타치스, 천일홍 같은 꽃을 그늘에서 잘 말리면 1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 두고 볼 수 있어요.”(김 씨)

글 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꽃향·바다향·나무향… 다채로운 차의 향기 맡아보세요”
티소믈리에를 만나다

정승호 티소믈리에(가운데)를 만난 안나현(서울 대모초 5·오른쪽), 최윤경 양(경기 송호초 3)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린 찻잎을 들고 있다.
정승호 티소믈리에(가운데)를 만난 안나현(서울 대모초 5·오른쪽), 최윤경 양(경기 송호초 3)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린 찻잎을 들고 있다.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바로 ‘차 전문가’인 티소믈리에. 티소믈리에는 ‘티(tea·차)’와 ‘소믈리에(sommelier·포도주를 추천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를 합친 단어로 손님이 주문한 요리와 어울리는 차 혹은 손님의 취향에 맞는 차를 추천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다. 최근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나 커피 대신 몸에 좋은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티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대모초 5학년 안나현 양과 경기 송호초 3학년 최윤경 양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 티소믈리에인 정승호 씨(41)를 만났다. 정 씨는 국내 최초의 티소믈리에 교육기관인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의 대표다.

날씨와 손님의 마음을 살펴라

10여 년 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 외국계 회사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정 씨는 매일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사람들과 회의하는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커피를 찾다보니 하루에 5, 6잔을 마실 때도 있었다.

그런 날들이 수년째 반복되자 언젠가부터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속이 쓰려 병원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 원인은 매일 두 잔 이상 마셔온 커피 때문이었다. 정 씨는 건강을 위해 커피 대신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차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맛과 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기 마련인데 티소믈리에는 어떻게 손님의 취향에 딱 맞는 차를 추천할 수 있을까. 안 양은 “어떤 과정을 통해 손님에게 차를 추천하나요?”하고 물었다.

“티소믈리에는 그날의 날씨와 손님의 기분, 상황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손님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카페인에 민감하세요?’ ‘향을 좋아하시나요?’ ‘단맛을 좋아하시나요?’처럼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던진 후 손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추천할 만한 차를 떠올리지요.”(정 씨)

많이 마셔봐야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 구분

손님의 취향에 맞는 차를 추천하기 위해 티소믈리에는 수백 가지 차의 종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최 양은 “티소믈리에는 차에 대해서 어떤 공부를 하나요?”하고 물었다.

정 씨는 “차의 원산지에 대한 배경지식은 물론이고, 차의 향과 맛을 알아보는 시음 훈련을 반복한다”면서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많이 마셔보고 향을 맡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티소믈리에가 실제로 구분해내는 차의 향에는 꽃향, 과일향, 매운향, 바다향, 흙향, 나무향, 단향 등 자세하게는 수십 가지가 있다고.

유럽에서는 호텔이나 레스토랑마다 티소믈리에가 있을 정도로 알려진 직업인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차 전문점도 커피 전문점에 비하면 그 숫자가 극히 적다.

정 씨는 그 이유로 “차에 대한 높은 관세”를 꼽았다. 녹차와 홍차의 경우 외국산을 우리나라에 들여올 경우 각각 제품 값의 513%, 40%의 세금이 부과되어 값이 비싸지는 것.

정 씨는 “우리나라는 국내 차 시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산 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커피(2%)처럼 관세가 조금 낮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되지만 성인의 경우에도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건강에 좋지 않아요. 반면 허브 차처럼 카페인이 없는 차는 하루에 수십 잔을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지요.”(정 씨)

정승호 티소믈리에가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차

▷공부할 때-허브차인 ‘로즈힙’과 ‘레몬밤’
허브차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들장미의 열매로 만든 차인 로즈힙에는 성장을 촉진하는 비타민A와 오렌지의 20배, 레몬의 60배가 넘는 비타민C가 담겨 있다. 레몬밤은 뇌의 활동을 높임으로써 기억력에 도움을 주어 ‘학자를 위한차’로도 알려져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우롱차
중국의 대표적인 차인 우롱차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소아 비만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낸다. 하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어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글 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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