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무기징역… 예상 깬 중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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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법원, 정치권리 종신박탈-재산몰수… 시진핑 성역없는 부패 척결 가속도
“극좌파적 노선투쟁 불허” 의지 표명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에 대해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박탈 그리고 전 재산 몰수가 선고됐다. 예상보다 중형이 선고된 것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부패 척결 의지와 함께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보 전 서기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 중급인민법원은 22일 선고공판을 열고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보 전 서기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보 전 서기가 받은 뇌물 2044만 위안(약 36억2000만 원)과 공금 횡령으로 축재한 500만 위안(약 8억8500만 원)도 환수토록 했다.

검찰은 수뢰액이 2178만 위안(약 38억6000만 원)이라고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 중 134만 위안(약 2억4000만 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수뢰액에서 제외했다.

이날 보 전 서기는 수갑을 차지 않은 채로 법정에 들어왔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낭독할 때 엷은 미소를 띠기도 했으나 판결이 선고돼 법정 경위들이 수갑을 채운 후에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1심 판결로 지난해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의 미국 망명 시도로 촉발된 ‘문화대혁명 4인방 재판 이후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불린 보 전 서기 사건은 일단락됐다.

보 전 서기는 법정에서 상소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상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보 전 서기가 10일 내 상소하면 2심제인 중국에서는 최상급심인 산둥 성 고급인민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는다.

보 전 서기 처리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패 척결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것은 ‘일벌백계’로 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극좌파 노선투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분석가들은 부패로 처벌된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北京) 시 서기와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上海) 시 서기의 사례로 볼 때 보 전 서기에게 15, 16년 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다. 천시퉁 천량위 전 서기와 달리 정치권력 종신박탈과 전 재산 몰수 판결도 이례적이다.

또 이번 판결은 보 전 서기 지지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 전 서기는 빈부격차 속에 자라난 대중 불만을 극좌파적 정책으로 해결해 중국 전역에서 서민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보 전 서기를 권력투쟁에 따른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은 것은 중국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보 전 서기가 상소를 통해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큰 의미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시퉁 천량위와 달리 ‘정치권리 종신 박탈’이라는 선고까지 받은 보 전 서기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게 분석가들의 판단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보시라이#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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