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함께 모여 사니 외롭지 않아요” 농촌 공동체, 노인들에 새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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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고창 등 ‘그룹홈’ 제도 운영… 완주, 주민들 위한 ‘공동급식’ 지원

“집에 혼자 있으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한 적이 없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인데 여럿이 모여 사니 얼마나 좋아요!”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아온 손정순 할머니(84·전북 고창군 장두마을)는 요즘 마을의 홀몸노인 5명과 함께 산다. 홀몸노인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며 숙식을 하는 공동거주(그룹 홈)를 하면서 적적하기만 하던 생활이 한결 활기가 돈다.

○ ‘함께 사니 돈도 아끼고 적적하지 않아’

고창군은 마을의 빈집을 소유주와 20년 장기임대계약을 한 뒤 생활하기 편하게 고쳐 마을의 홀몸노인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며 함께 숙식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거주제는 농어촌의 홀몸노인을 위한 새로운 복지정책으로 전부터 겨울철에 노인들이 난방비를 아끼려고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함께 모여 숙식을 하던 것을 정책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노인들은 생활비가 많이 절감되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인다. 늘어가는 농촌 노인들의 고독사를 막는 기능도 한다. 2006년 김제시가 그룹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고창과 완주 진안 등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최근 지역발전위원회가 김제시의 그룹홈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면서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공간은 자치단체들이 마을의 빈집을 고쳐 마련해주거나 경로당 또는 마을회관을 이용한다. 매달 20만∼30만 원의 운영비도 지원한다. 김제시는 보건소에 그룹홈 출장방문팀을 두고 정기적으로 그룹홈을 순회하며 건강검진과 웃음치료, 요가강습 등 운동요법과 오락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숙식은 원하는 때에만 하기 때문에 함께 살며 느낄 수 있는 불편함도 거의 없다. 오미숙 고창군 삶의질향상 팀장은 “혼자 방치돼 외롭게 사는 노인들이 함께 부대끼면서 활기차게 노후를 보내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올해 5개 마을에 시범 도입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농번기 공동급식도 인기

그룹홈보다는 낮은 형태의 공동생활인 ‘공동급식’도 시도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이 지난해 도입한 공동급식제는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에 마을 주민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리사가 미리 식사 준비를 해두면 농사일을 마친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해결한다. 조리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마을 주민이 맡아 하며 인건비는 완주군에서 지원한다. 음식재료는 주민들이 각자 지은 농산물을 가져다 쓴다.

윤재구 전북도 삶의질 정책과장은 “농촌은 전통적으로 공동체의식이 강해 공동생활의 토대가 마련돼 있다”며 “날로 침체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도 있어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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