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목동구장에는 프로야구 LG 경기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LG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이 LG 팬들은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두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경기에서 앞서 있는 삼성이 이기면 승차 없이 2위였던 LG는 1위 자리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넥센이 이기기를 바랄 수도 없던 상황. 3위 넥센이 이기면 0.5경기 차로 쫓기기 때문이다. 치열한 승부가 오가고 있지만 경기가 없는 LG로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이 경기에서 삼성이 넥센을 8-6으로 꺾고 선두 자리를 지켰다. LG 팬들로서도 마냥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는 게 일단 넥센과는 승차를 벌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넥센이 이날 잠실에서 KIA에 8-6 역전승을 거둔 두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비로 취소됐던 경기를 치르는 잔여 일정 때 경기가 없는 팀이 나오는 건 해마다 있던 일. 하지만 올해는 팀당 10경기 안팎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1∼4위가 확정되지 않아 경기가 없는 팀들은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야구팬들은 올 시즌 이런 상황을 보드게임 ‘부루마불’에서 따와 ‘무인도 놀이’라고 부른다. 부루마불은 주사위를 던져 세계 각국 도시 이름으로 된 칸으로 말을 옮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무인도에 걸리면 말을 옮길 기회를 세 차례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 소유인 도시에 들어가 통행료를 낼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땅을 얻을 수 없으니 수익 창출 기회도 얻을 수가 없다. 이런 규칙이 경기가 없는 프로야구 팀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LG 넥센 두산은 ‘무인도’에 세 번씩 들어간다. 반면 삼성은 하루 휴식 뒤 5연전을 두 차례 치른다. 삼성을 제외한 세 팀은 무인도에 들어가 삼성의 경기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삼성 성적이 최종 순위를 결정할 확률이 높은 이유다. 한편 대전에서는 SK가 한화를 9-3으로 꺾었다. 이날 프로야구는 3년 연속 관중 600만 명(602만82명) 돌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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