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조코비치 될래요, 조 코치님 더 담금질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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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A 코리아투어 8강 기적 장수정과 6년째 지도한 조윤정 코치

한국 여자 테니스 유망주 장수정(오른쪽)과 그를 6년째 지도하고 있는 조윤정 삼성증권 코치.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여자 테니스 유망주 장수정(오른쪽)과 그를 6년째 지도하고 있는 조윤정 삼성증권 코치.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가위 연휴 기간 한국 여자 테니스는 환한 보름달이 비친 듯 축제 분위기였다. 세계 랭킹 540위에 불과한 18세 소녀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에서 8강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장수정(18·양명여고 3년)은 단식 1회전에서 세계 33위 선수를 꺾더니 2회전에서 세계 랭킹 181위에게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도 역전승했다. 20일 8강전에서 비록 세계 랭킹 113위에게 패했어도 5000명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국 여자 테니스가 WTA투어 8강에 진출한 것은 2006년 1월 조윤정 이후 7년 8개월 만의 경사였다. 장수정은 2008년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조윤정 삼성증권 코치(34)에게 6년째 지도를 받고 있다.

21일 대회 장소인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만난 장수정과 조 코치는 주위의 축하를 받느라 바빴다. WTA투어 8강 진출만으로 장수정은 올 들어 지난주까지 받았던 상금 7240달러보다 많은 8253달러(약 900만 원)를 받았다. 55점이던 WTA투어 랭킹포인트도 단번에 70점을 얻어 다음 주 발표되는 랭킹에서 350위 전후까지 점프해 국제대회 자동 출전 기회가 훨씬 많게 됐다.

장수정은 “상금으로 조 선생님께 맛있는 거 사 드리고 싶은데 평소 잘 안 드신다”며 웃었다. 장수정은 중1년 때 이미 중학교 무대를 휩쓸었던 유망주. 조 코치는 WTA투어 단식 준우승 3회, 복식 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최고인 세계 45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조윤정 코치는 올해 아버지, 어머니가 세상을 뜨는 아픔 속에서도 장수정 지도에 정성을 다했다. 조 코치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두 살배기 아들보다 국내외에서 장수정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정도.

현역 시절 ‘코트의 악바리’로 불린 조 코치는 허리 부상과 치아 부정교합을 이겨 냈다. 2001년 US오픈 때는 경기 도중 식중독 후유증으로 기절한 뒤 다시 일어나 경기를 재개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강한 근성은 장수정에게도 잘 배어들고 있다. 170cm, 58kg의 균형 잡힌 체격에 빠른 템포의 플레이가 강점인 장수정은 “훈련 때는 잘하다가도 경기만 나가면 무너지는 내가 너무 싫었다. 조 선생님을 통해 실제 접하지 못한 투어 생활, 훈련 태도 등 많은 걸 배운다”며 고마워했다.

조 코치는 “6년 동안 고생한 결실을 이제 보는 것 같다. 수정이가 워낙 성실하고 재능도 뛰어나다”며 흐뭇해했다. 장수정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근력, 서브 강도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 일단 세계 200위 이내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4, 5년 안에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지닌 장수정. 큰 꿈을 향한 여정에 대선배 조 코치가 있기에 든든하기만 하다.

한편 22일 열리는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4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와 세계 32위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러시아)가 맞붙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여자 테니스#장수정#조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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