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자본금 늘리자”… 때이른 월동준비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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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건전성 세분화하는 바젤Ⅲ
12월 도입 앞두고 선제적 대응조치, 후순위채 발행-유상증자 잇따라

12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새 규제 기준인 바젤Ⅲ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이 일제히 자본 확충에 나섰다.

바젤Ⅲ는 한국을 비롯한 27개국 은행의 감독기관인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자본규제 기준이다. 은행권 자기자본의 질을 높여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만 넘으면 됐다. 바젤Ⅲ가 적용되면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이상, 기본자본비율은 6%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등 은행권의 자본규제가 강화된다.

금융당국의 분석 결과 국내 은행들은 보통주 중심의 자본구조여서 바젤Ⅲ 도입에 따른 악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지주회사의 BIS 비율은 12.95%로 모든 은행지주사가 계량평가기준 1등급(BIS 비율 10%, 기본자본비율 7%)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젤Ⅲ 도입 이후에는 그동안 은행권이 손쉽게 자본 확충 방법으로 사용했던 후순위채의 경우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있어야만 자본으로 인정된다. 여기에 STX그룹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해 12월 전까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을 하려는 은행이 많다.

NH농협은행은 최근 5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NH농협지주는 이달 초 주주총회를 열어 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농협은행의 자본금으로 조달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말에 도입되는 바젤Ⅲ 자본규제 시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1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한 것”이라며 “자본 확충이 끝나면 BIS 비율이 1%포인트가량 증가해 14%대 후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5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KDB산업은행은 각각 5000억 원, 하나은행은 2500억 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4000억 원), 신한은행(3000억 원), IBK기업은행(3000억 원), 부산은행(1500억 원) 등이 7월 이후 최근까지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에 은행권이 확충하기로 한 자본규모가 약 8조 원 수준”이라며 “위험자산과 대손충당금 증가로 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화된 자본규제에 대비해 은행권이 안정적으로 자본관리를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자본건전성#바젤#국제결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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