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출구전략 연기, 충격 피했으나 안심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미국이 경기부양 정책의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통화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8일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의 시행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매달 85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0∼0.25%인 초저금리를 2015년까지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가 경제의 급속한 위축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출구전략은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 분명하다. FOMC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은 회의 직후 “양적완화 축소가 필요하다”고 잇달아 언급했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의 증권시장은 다시 주가가 급락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10월이나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 출구전략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적완화가 유지되든 축소되든 위험은 상존한다. 양적완화 유지는 미국이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도 낮아져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양적완화 정책은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꺼내든 유례없는 경기부양책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는 데 성공했다.

버냉키 의장이 내년 1월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양적완화의 축소 역시 처음 이뤄지는 정책이어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미국 경제는 출구전략 이외에 국가부채 한도의 증액을 둘러싼 위험까지 잠재해 있다. 여야 정치권의 갈등으로 국가부채 한도가 원활하게 늘어나지 않으면 2년 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불렀던 경제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한국은 다행히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한 편이다. 총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지난달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터키 등에서 나타났던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에서는 없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20일 끝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비한 국제 공조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과 기업들도 국내외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외부의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다져 놓을 필요가 있다.
#미국#경기부양 정책#통화금융 정책#FO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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