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FC서울 유부남들의 추석나기] 축구선수들의 한가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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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8일 07시 00분


FC서울 최용수 감독과 최효진, 최태욱, GK 김용대(왼쪽부터)가 13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축구 유부남들의 추석나기를 들어봤다. 구리|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FC서울 최용수 감독과 최효진, 최태욱, GK 김용대(왼쪽부터)가 13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축구 유부남들의 추석나기를 들어봤다. 구리|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당신은 몇 점짜리 남편, 아빠입니까. 자신 있게 100점이라고 답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프로축구 선수들은 어떨까요. 시즌 내내 이어지는 경기와 국내외 전지훈련. 설, 추석 같은 명절을 가족과 보내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FC서울 최용수(40) 감독과 골키퍼 김용대(34), 공격수 최태욱(32), 수비수 최효진(30) 등 유부남과 인터뷰(13일·구리)를 통해 프로축구선수들의 추석나기를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김용대, 제사 많은 집안 “명절때만 가기로 부모님과 합의 ㅋㅋ”

최태욱, 명절은 가족과 함께

“명절 당일 아침만 먹고 오곤 해요
2010년 추석때 길 막혀 훈련 지각”

최용수감독, 쇼핑은 딸과 함께

“큰딸은 내 삶의 거울이자 원동력
마트 가면 딸이 집는대로 다 사줍니다”

최효진, 아내사랑 더 애틋한 이유

“군대 다녀와서 결혼계획 세웠는데
입대 한달 전에 아이가 생겼어요”

-스스로 몇 점짜리 남편, 아빠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용대(이하 김) : 80점?(모두들 너무 후한 점수를 매긴 것 아니냐며 놀라는 표정) 저 나름 잘 해요. 하하.

최용수 감독(이하 최) : 저는 50점. 나머지 50점은 앞으로 채워 나가야죠.

최효진(이하 효) : 저는 70점…. 저는 한다고 하는데 와이프는 아닌가 봐요.(모두들 독실한 기독교 신자 최태욱은 100점이라며 한 목소리)

최태욱(이하 태) : 그렇지 않아요. 제 와이프도 불만 있어요. 60점이요.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낸 기억이 있나.

김 :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와이프만 집에 내려갔죠.

최 : 저는 어렸을 때 부산에서 추석을 보낸 기억이 생생해요. 무슨 옷을 선물 받을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 기대감도 있었고. 고등학교 이후 명절개념을 잊었어요. 명절모임 참석해 본 게 가물가물하죠.

효 : 부모님이 수도권 근처라 프로 오기 전에는 자주 갔어요. 지금도 훈련, 경기만 안 겹치면 짬 내서 갔다 와요.

태 : 부모님 댁이 인천이라 명절당일 아침 먹고 오곤 해요. 빙가다 감독 계시던 2010년이 생각나네요. 추석날 오후 4시 운동이라 집에서 밥 먹고 12시에 출발했는데 길이 꽉 막혔어요. 도로 한 가운데서 와이프한테 차 맡기고 지하철 탔죠. 원래 훈련 30분전에 와야 하는데 10분전에 도착했어요. 근데 아무도 못 봐서 벌금 안 냈죠. 하하.

최 : 어? 그 때 내가 코치 아니었나? 뭐야. 보고가 안 들어왔어. 나 직무유기한거야?

-김용대 집안은 제사가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1년에 제사만 10번?

김 : 하하. 10번까지는 아니고. 원래 제사가 많았는데 어머니 때 줄이고 저 때 더 줄였죠. 그래도 제사 때마다 와이프 혼자 밀양 내려가니 힘들었죠. 지금은 명절 때만 가는 걸로 부모님과 합의 했어요.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도 함께 하나.

효 : 저는 와이프 집에서 쉬라고 하고 딸 데리고 자주 가요.

최 : 저도 가끔 마트 갑니다.

선수일동 : 에이 감독님, 50점 채우려고 거짓말 하시는 거 아니에요?

최 : 아냐. 아냐. 큰 딸이 엄마랑 가면 못 사는 게 많으니 저랑 가는 걸 더 좋아하죠. 저는 딸이 집는 대로 다 사줍니다. 허허.

-쇼핑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되지 않나.

효 : 저희야 뭐 별로. 감독님 정도 돼야 알아보죠.

최 : 뭘. 예전에는 그런 게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저도 가족을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를 아니까요. 같이 마트 가고 이런 거 좋더라고요.

효 : 사실 마트 혼자 가면 창피한 것도 있는데 딸이랑 가면 괜찮아요. 남들 보기에도 좋고요. 하하.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서울이 실시 중인 홈경기 전날 합숙 폐지가 큰 화제다. 가족들은 당연히 합숙 폐지를 반기지 않았나.

태 : 그게…. 처음에는 좀 반기더니.(일동 웃음) 제 때 식사 챙겨줘야 하니까 은근히 신경 쓰인다 하더라고요. 제가 호텔 들어가면 1주일에 이틀은 밥 안 해도 됐는데….

효 : 저는 처음부터 와이프가 안 좋아했어요. (모두 폭소) 제가 호텔 가면 와이프도 쉬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거든요. 사실 축구선수들이 훈련 빼면 시간이 많아 거의 집에 붙어 있어요. 하하. 그리고 호텔 들어가면 잘 먹는데 와이프가 자기가 해 준 음식 먹고 컨디션 문제 있을까봐 걱정 하더라고요.

최 : 다시 생각을 좀 해 봐야겠네. (최효진을 보며) 너도 합숙폐지 찬성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와서 왜 딴소리하니?

효 :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합숙 안 하는 거) 대찬성이에요. 하하.

-아들, 딸의 존재가 큰 힘이 되지 않나.

효 : 큰 딸이 웃는 거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마냥 좋아요.

태 : 둘째 딸이 요즘 유치원에서 배운 춤 보여주는데 아들과는 다른 애교가 있더라고요.

최 : 저 역시 큰 딸이 삶의 원동력이죠. 냉정한 승부세계에서 저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큰 딸 말고 없습니다. 큰 딸을 통해 저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죠. 작년에 수원 전 결과가 안 좋았을 때 경기 진 날 옥상에 올라가 큰 딸을 그네 태워주곤 했어요. 같이 시간을 보내며 힐링한다고 할까요. 상당히 뜻 깊은 시간이었고 빨리 기분 전환이 됐죠.

-김용대는 좀 더 신혼을 즐기기 위해 아이를 안 갖는 건지.

김 : 사실 지금 와이프가 임신해서…. (김용대의 깜짝 발언에 다들 웅성웅성)

최 : 진짜? 야, 야. 왜 이야기 안 했어.

효 : 와 형, 정말 축하해요. 뭐야? 태욱이 형은 알고 있었어?(고개 끄덕이는 최태욱)

최 : 용대야, 정말 축하한다. 얼마나 됐니?

김 : (얼마나 됐나) 7주 정도요.

최 : 야. 이건 정말 용대 뿐 아니라 우리 팀의 경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7주 동안 우리 팀의 성적을 좀 보세요.(서울은 최근 12경기 9승3무로 가파른 상승세)

-와이프의 임신소식 들었을 때를 회상해보면.

태 : 아테네올림픽(2004년) 때 그리스에 있는데 큰 아이 임신했다고 전화가 왔어요.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조별리그 1차전 때 우리가 1명 퇴장 당하는 바람에 제가 전반에 교체됐어요. 나오면서 유니폼을 집어 던졌죠. 감독님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고 아이에게 좋은 모습 못 보여준 제 자신이 싫어서…. 하필 그게 중계화면에 딱 잡혔어요. 나중에 오해는 풀렸죠. 지금도 (당시) 김호곤 감독님이 큰 아이 보시면 ‘얘가 그 때 걔구나’라고 웃으세요.

-결혼식 후 곧바로 입대한 최효진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효 : 할 말 많죠. 하하. 교제할 때 와이프는 제가 당연히 군대를 갔다 온 줄 안 거에요. 만나다보니 입대가 가까워지고 결국 군대 가기 두 달 전에 고백했죠. 외박, 휴가 자주 나올 수 있다고 겨우 달랬어요. 군대 다녀와서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입대 한 달 전쯤 경기 끝나고 제가 찬스를 많이 놓쳐서 짜증내고 있는데 와이프가 진정하라며 임신했다 하더라고요.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묘했죠. 고민하다가 한 달 만에 결혼 준비해서 6월에 결혼하고 군대 갔어요. 그 때 밀어 붙인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잘 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 다들 아시겠지만 원정 때는 공항에서 와이프 화장품 사느라 정신없잖아요. (모두 동의) 저는 8월에 사우디(알 아흘리) 원정 가는 날 공항에서 임신소식 들었어요. (김용대는 사우디 원정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최 : 야, 이제 보니 용대에게 뭔가 다른 그런 힘이 있었군.

김 : 예. 결혼해서 아이 가지면 복덩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떠세요. 프로축구 선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죠? 무엇보다 가족의 존재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최용수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가족입니다. 저는 우리 선수단을 한 가족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 팀은 두려울 게 없습니다. 가족만큼 끈끈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존재가 어디 있습니까?”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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