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제징용 나가사키 조선소… 日, 세계문화유산 추천 공식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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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유네스코에 부적절 의견 전달”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등 일제강점기 한국인 노동자를 강제 징용해 착취한 대표적 시설들을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기로 17일 공식 결정했다. 규슈(九州) 지역과 야마구치(山口) 현을 중심으로 한 메이지(明治·1868∼1912) 시대의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명목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달에 최종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현지 조사 등을 거쳐 2015년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추천 대상은 나가사키 조선소와 후쿠오카(福岡) 현 야하타(八幡) 제철소 등 현재 가동 중인 시설과 미쓰비시중공업이 해저 석탄을 채굴하던 하시마 탄광 등 8개 현의 28개 시설과 유적이다. 하시마는 위에서 보면 군함 모양을 하고 있어 군함도(軍艦島)로도 불린다.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이 모노즈쿠리(物つくり·장인정신이 깃든 제조업) 대국이 된 기초를 만든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산업계의 광범위한 기대가 있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 시설들이 한국인 강제 징용자에게 장시간 노동과 구타, 임금체불을 강요한 ‘지옥’이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나가사키 조선소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 4700여 명이 징용돼 군함을 건조했다. 이 중 1600여 명은 1945년 8월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 숨졌다. ‘감옥섬’으로 불리던 하시마 탄광에서는 한국인이 해저 1000m까지 내려가는 갱도에서 하루 12시간씩 강제노동을 했다. 이를 견디지 못해 탈출하다 익사한 사람을 포함해 한국인 122명이 사망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세계문화유산 후보는 총리실 산하 내각부가 추천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 현이 포함된 데다 그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시설 등재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일본 정부에 ‘나가사키 조선소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우리 국민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어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유네스코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했으며 지금까지 밝힌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배극인 특파원·이정은 기자 bae2150@donga.com
#나가사키 조선소#세계문화유산#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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