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내 입맛에 맞는 영화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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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된다. 차례 지내고 성묘 갔다 와도 시간이 남네. 추석 때면 송편은 안 먹어도 영화 한 편은 본다. 올해도 차례상처럼 다채로운 영화가 차려졌다. 하지만 음식이 많아도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있듯이, 내가 공감하는 영화는 따로 있다. 동아일보 영화 담당 기자가 이런 관객의 처지를 감안한 맞춤 영화를 소개한다.

○차례상 엎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며느리는 ‘스파이’

남편이 참 잘났다. 국가의 안위가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한 가정의 행복도 책임지지 못하는 ‘헛똑똑이’. “남편이 있으면 뭐하나? 애 하나 못 만드는걸.” 아내는 맘껏 바가지를 긁어댄다. 시부모 눈치 보랴, 음식 장만하랴 폭발 직전이었던 며느리들에게 ‘딱’이다.
며느리 통쾌지수 ★★★★/‘트루 라이즈’가 떠오르네… 기시감 지수 ★★★★

○처녀 귀신 될 것 같은 전국의 노처녀들에겐 ‘컨저링’


아빠와 과년한 딸이 공포 영화를 보며 나눈 대화. “아빠, 진짜 무섭다.” “난 너랑 사는 게 더 무섭다.” 영화에는 처녀 귀신이 나무에 목매달려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버지도 외면하는 늙은 딸이 돼가고 있으니까. ‘목메달’이 아니라 ‘금메달’이라는 걸 알아줄 내 님을 기다리며….
무서운 척 옆 남자에게 안길 지수 ★★★★★/소리 안 지르고 도도할 지수 ★★


취향이 다양해 영화 선택이 곤란한 대가족은 ‘관상’


송강호 조정석 이정재 김혜수 이종석, 배우도 참 다채롭다. 중학생 손녀는 “어머! 이종석”, 할아버지는 “송강호, 잘하네”, 삼촌은 “섹시해, 김혜수”. 온 가족이 함께해도 동상이몽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벌써 250만 관객이 다녀가며 재미를 보증한 영화라 안전한 선택이다.
조정석 웃음 지수 ★★★★☆/생리 현상 억제지수 ★★★(139분간 참으세요)


친척들 한마디에 기죽은 청년 백수에겐 ‘몬스터대학교’


몬스터들은 좋겠다. MU(몬스터대학교)만 졸업하면 몬스터주식회사 입사가 보장돼 있다. 잠자는 애들 겁줘 비명 소리만 모으면 성과급도 팍팍! 눈 하나, 코 두 개 달린 괴물들도 유쾌, 상쾌, 통쾌하게 잘 사는 걸 보며 희망을 가져보자.
못난이 위로 지수 ★★★☆/미운 조카 동행 지수 ★★★(어린 조카가 더 반길 듯)


첫사랑 만나 싱숭생숭한 아저씨는 ‘해피니스 네버 컴즈 얼론’


마흔일곱 소피 마르소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늙었다.

영화 속 그녀는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영화야 해피엔딩이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은 옛 사랑과 다시 맺어질 수 있을까? 그러니 꿈 깨시라.
추억 돋음 지수 ★★★★/상영관 찾기 지수 ★(극장이 별로 없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는 노총각 삼촌에겐 ‘우리 선희’


선희를 가르친 교수와 과거 연인, 대학 선배는 그녀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 그들은 선희가 “똑똑하고” “안목이 있으며” “가끔 또라이 같긴 하지만” “예쁘고 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희는 틀에 가둘 수 없는 여자. 연애의 실패 원인은 때로 상대에 대한 어설픈 정의 내리기.
치킨 안주 ‘땡김’ 지수 ★★★★/홍상수식 도돌이표 지수 ★★★


전쟁도 안 무서운 죽고 못 사는 연인들은 ‘바람이 분다’


태평양전쟁에 쓰인 전투기를 설계한 주인공은 도덕적 책임을 못 느낀다. 그에게는 병든 애인을 신경 쓸 시간도 모자란다. 애인은 바람이 부는 날 언덕에 올라 수채화를 그린다. 그녀의 모자가 날리고, 남자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는다. 파스텔 톤의 사랑 앞에 전쟁의 황폐함도 무릎을 꿇는다.
죽어도 사랑해 지수 ★★★★/태평양전쟁 유족에게 추천 지수 별점 없음


명절 뒤 이혼 위기의 부부에게 ‘낭만파 남편의 편지’


무뚝뚝한 남편은 어느 날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몰래 편지를 쓴다. 그런데 아내가 반응이 없다. 반찬냄새 나는 일상에 파묻힌 아내는 이름 없는 편지를 받고 설렌다. 남편의 편지인지도 모른 채…. 명절에 이런저런 일로 다툰 부부가 손잡고 볼 영화.
닭살 지수 ★★★★/‘애들은 재웠수’ 지수 ★★(야한 거 기대는 금물)

민병선·구가인 기자 bluedot@donga.com
#스파이#컨저링#관상#몬스터대학교#우리 선희#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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