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지워진 얼굴… 과거의 상처와 맞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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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아 ‘오르골이 있는 풍경’전

박유아의 ‘Mr. & Mrs. Koh 1’. 옵시스아트 갤러리 제공
박유아의 ‘Mr. & Mrs. Koh 1’. 옵시스아트 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소격동 뒷골목의 2층집을 개조한 갤러리 옵시스아트. 벽지를 뜯어 낸 방마다 커플로 보이는 남녀를 그린 소품이 걸려 있다. 식당서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등 스냅사진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작업에 특이한 점이 있다. 흰 물감으로 남녀의 얼굴을 지운 것이다. 완성작을 다시 망가뜨린 듯한 작업이 묘한 울림을 남긴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박유아(52)의 ‘오르골이 있는 풍경’전이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둘째딸인 그는 피하고 싶은 과거를 마주하는 과정으로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작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전에 자신이 커플이던 시절을 포함해 부모 형제 친구의 사소한 일상을 결정적 순간처럼 관찰자의 시선으로 재현한 23점을 선보였다.

짧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얼굴, 날렵한 핫팬츠 차림으로 전시장에 나온 작가는 “사람 사이 관계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희한하고 볼거리 많은 것이 부부 관계”라며 “얼굴을 하얗게 덮은 이유는 누군가가 아니라 커플을 둘러싼 관계와 상황, 무슨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월 13일까지. 02-735-113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박유아#오르골이 있는 풍경#과거#상처#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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