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한명숙에 9억 줬다” 한만호 진술 신빙성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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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前총리 항소심서 징역 2년형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받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 전 총리에 대한 별도의 뇌물수수 사건이 무죄 확정 판결이 났고 이 사건 역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야당 정치인 표적 수사 비판을 받아온 검찰은 한시름을 놓는 반응이다.

대법원에서 항소심 결과대로 확정되면 한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구치소에 수감된다. 지난해 10월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16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의 실형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을 뒤집는 판결이 나온 건 사건의 핵심 인물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에 대한 1, 2심 법원의 판단 차이에서 비롯됐다. 유·무죄를 가늠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한 전 대표의 진술밖에 없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느냐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는 “돈을 줬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안 줬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협박하는 듯한 정황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사업상 이득을 위해 사건을 허위로 과장해 폭로했을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한 전 총리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이 허위 진술의 동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돈을 건넸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총리 공관으로 한 전 대표를 초대해 함께 만찬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고, 돈을 주고받은 직후 둘이 통화를 한 사실도 기록과 진술 등으로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기 때문에 3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전 대표가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는 점도 오히려 그의 진술을 믿을 만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돈을 주고받은 장소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7년 3, 4, 8월 등 3차례에 걸쳐 경기 고양시 한 전 총리의 아파트 근처에서 한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현금과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30초에 1대꼴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정치인인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로부터 건네받았다고 볼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한 전 대표가 차량 안으로 가방을 넣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한 전 대표가 당시 차량 색상을 정확히 진술하지 못한 건 기억력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 동생이 1억 원 상당의 수표를 사용했는데 출처가 한 전 총리 외에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없는 점, 한 전 대표가 관리해온 채권 회수 목록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기록이 있는 점,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로부터 2억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들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한 전 총리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의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했지만 올해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사건 역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왔다면 검찰은 야당 정치인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을 처지였다.

한 전 총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사건인데 이명박 정부에서도 무죄를 받은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서 유죄로 둔갑해 참으로 유감”이라며 “한 전 대표로부터 돈 받은 적 없고 상고심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선고 직후 ‘한명숙공동대책위원회’ 명의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 검찰의 주장과 증거를 끼워 맞췄다”고 주장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한명숙#한만호#한 전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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