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1억 관객, 14711명에게 묻다③] 봉준호 “힘겨운 사람들 스토리에 공감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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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7일 07시 00분


봉준호 감독(왼쪽)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출자로 꼽혔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왼쪽)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출자로 꼽혔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관객이 가장 믿고 보는 감독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가 한창 흥행가도를 내달릴 때 연출자 봉준호 감독은 겸손인 듯, 푸념인 듯 말했다. “이 번잡한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타고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선 여전히 바쁜 일상이 묻어났다.

16일 오전 전화 수화기 너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 ‘설국열차’의 프랑스 개봉과 관련해 파리에 다녀온 뒤 다시 영화와 관련해 미국으로 향한다는 그는 다소 피곤해보였다. 그런 그에게 사전예고도 없이 전화를 걸어 “관객이 가장 믿고 보는 감독으로 꼽혔다”고 하자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 테지요. 일시적인 현상 아닐까요”라며 웃었다.

‘설국열차’에 대해 “정말 힘들었던 작업이었다”고 돌이킨 그는 “아마 내 평생 가장 큰 규모의 영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 후보 중에는 할리우드로부터 날아온 SF영화도 있지만 ‘설국열차’를 감당해내기까지 겪었던 많은 힘겨움 탓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이젠 좀 작은 영화를 하고 싶다”면서 “(규모가)작은 영화가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엄살을 피웠다.

관객이 그런 그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은, 그러나 그 규모와는 상관없는 듯 보인다. “이제 겨우 5편 밖에 연출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능력을 갖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주는 공감 덕분 아닐까”라고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촌스런 형사(살인의 추억), 무능력한 매점 주인(괴물) 그리고 꼬리칸 사람들(설국열차) 등 자신의 능력 밖에 버티고 선 난관과 고통을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이 같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 온 그는 감독으로서 자신의 인생에서 15편을 연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각 5편씩, 자신의 작품 세계를 초기·중기·말기로 가를 만한 대표작을 남기고 싶다는 그는 “6번째 작품이 이전의 영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5번째과 7번째 영화 사이에 있지 않겠느냐. 관객의 신뢰도 그런 기대감일 거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제 할리우드 SF영화나, 2010년 구상해둔 두 편의 아이템 가운데 한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윤석과 박유천이 주연하는 ‘해무’의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린다.

“온전한 제작자가 아니라 훌륭한 원작(연극), 좋은 감독과 손잡고 기획에 참여한 정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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