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플러스] 홈런은 야구의 꽃, 시들어가는 한국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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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7일 07시 00분


블라디미르 발렌틴. 동아일보DB
블라디미르 발렌틴. 동아일보DB
■ 발렌틴의 57홈런이 한국야구에 던지는 화두는?

美·日 타자들 전성시대…한국은 요원
1점 짜내는 스몰볼 득세로 거포 실종
투수 위주 용병…슬러거 본보기 없어


야쿠르트의 블라드미르 발렌틴(29)은 15일 시즌 56호와 57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쏘아 올리며 단일시즌 최다 홈런 일본기록(55개)에 이어 2003년 이승엽(삼성)이 세웠던 아시아기록(56개)까지 갈아 치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14일(한국시간) 데뷔 첫 시즌 50홈런을 기록하며 2010년 호세 바티스타(토론토·54홈런) 이후 3년 만에 50홈런 타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승엽과 롯데 이대호(현 오릭스) 이후 40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30개만 쳐도 홈런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슬러거 시대’를 다시 열리고 있는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타자들의 전성시대가 요원해지고 있다.

● 스몰볼에 안주?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중요한 순간에 나온 주루플레이와 수비 등 작은 것에서 승패가 갈린다. 이렇다보니 결과로 말해야 하는 사령탑들은 한방으로 이기는 ‘빅볼’보다 1점을 짜내는 ‘스몰볼’에 더 집중하고 있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이 만년 하위팀 SK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스몰볼이 한국프로야구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A구단 코치는 “야구도 시대별로 유행이라는 게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스몰볼이 대세가 됐다. 감독들이 뛰는 야구나 1점을 내기 위한 야구를 많이 하면서 큰 것 한 방을 쳐서 이기기보다는 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놓고 적시타를 때려내는 야구를 선호한다. 이에 맞춰 타자들도 자기 스윙보다는 공을 맞히는 타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구단의 성향이 이렇다보니 아마추어에서도 빠른 발과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거포들이 사라지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 투수일색 용병

타이론 우즈(전 두산), 펠릭스 호세(전 롯데), 브룸바(전 현대), 댄 로마이어(전 한화), …. 한때는 용병타자들이 한국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시절이 있었다. B구단 스카우트팀장은 “용병 타자들이 한국무대에 와서 홈런도 많이 쳤지만, 우리나라 타자들에게 홈런을 치는 방법이라든지 몸관리 방법을 전수하고 홈런을 왜 쳐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한 측면이 있었다”며 “현재 한국리그의 수준이 웬만한 타자가 와서 버텨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용병으로 투수를 선호하면서 국내타자들에게 슬러거의 본보기가 없어진 것이 거포가 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결정적 순간 터진 홈런으로 승패가 뒤바뀔 때 팬들은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처럼 거포 부족이 심화하면 재미가 반감되고, 리그의 인기도 거품처럼 빠르게 사그라질 수 있다. 발렌틴의 57호 홈런이 한국프로야구에 일깨워준 교훈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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