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늦장가 가서 아직 신혼인데 주말마다 야구장 눈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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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7일 07시 00분


김인규 씨는 신혼의 단꿈도 잊은 채 여자야구 심판 활동을 통해 야구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익산|김민성 기자
김인규 씨는 신혼의 단꿈도 잊은 채 여자야구 심판 활동을 통해 야구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익산|김민성 기자
■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전담 심판 김인규 씨

평일엔 회사원…“그 정도로 야구가 좋아”


전북 익산에 사는 회사원 김인규(41) 씨는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이면 익산 국가대표야구전용훈련장을 찾는다. 그냥 단순한 여자야구 팬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2013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전담 심판 중 한 명이다. 소속은 익산시야구협회. 주중에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여자야구와 사회인야구 심판으로 나선다. 14일에도 일찌감치 야구장에 도착해 플레이볼을 기다리던 김 씨는 “늦장가를 가서, 이제 결혼한지 1년이 갓 넘은 신혼이다. 주말마다 야구장에서 사는 것을 아내가 좋아할 리 없다”면서도 “그 정도로 야구가 좋다. 여자야구 심판을 보면서 야구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김 씨는 원래 충청도 사람이다. 대전을 연고로 하던 전신 OB 시절부터 두산 팬이었다. 자연스럽게 야구가 좋아졌다.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일명 ‘동네야구’를 했지만, 2001년 처음으로 사회인야구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한마디로 ‘미치고’ 말았다. 익산시야구협회에 소속된 사회인야구팀들끼리 ‘품앗이’로 판정을 봐주던 게 심판일의 시작. 그러나 협회 내에 정식으로 심판부가 구성된 뒤에는 전문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김 씨는 “다른 심판들과 함께 대한야구협회 심판교육을 수료했다. 우리 스스로도 점점 수준이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LG배 대회에선 8명이 돌아가면서 심판을 본다. TV 중계가 있을 때는 4심, 없을 때는 홈플레이트 뒤와 2루에 2명의 심판이 들어선다. 김 씨는 “상위권 팀들은 이미 룰도 잘 알고 실력도 있어서 심판을 보기 수월하지만, 신생팀이나 야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은 여러 가지로 힘들 때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기도 한다. 또 다른 배움의 장인 것이다. 김 씨는 “여자야구선수들의 열정은 남자들보다 더 크다. 나도 야구에 미쳐서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내가 여자라면 저렇게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자들이 뛰는 구장에서 열심히 치고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운을 얻는다”고 말했다.

익산|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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