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자회담 실망스럽지만 국정 정상화 불씨는 끄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어제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의 3자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모두(冒頭)에서 “오늘 회담을 통해 우리가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서로 풀고 또 추석을 앞두고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잘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김 대표는 “할 말은 다 했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표는 국가정보원 개혁을 비롯해 7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민주당 측 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과 사과 요구에 대해 “재판 결과가 나온 뒤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곧 마련할 개혁안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선거나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와 세제 개편,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등 민생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회담 후 새누리당은 “정쟁을 위한 일방적인 요구로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망친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사실상의 회담 결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자회담 결과도 실망스럽지만, 여야 할 것 없이 회담 전이나 후나 ‘남 탓’만 하는 행태도 실망스럽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지 오늘로 48일째다. 정기국회는 2주일 이상 공전되고 있다. 국민은 3자회담이 성과를 내 민주당이 추석 전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복귀하길 바랐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말싸움이나 하는 정치 부재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하다.

그러나 희망을 접기엔 이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번 만나는 것으로 모든 난제가 풀린다면 애당초 그런 난제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렵사리 회담의 물꼬를 텄고, 서로의 의견은 확인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추석 이후엔 좀 더 논의를 진전시켰으면 한다.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부터 합의해 나간다면 정국 정상화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막힌 곳을 뚫는 게 정치 아닌가.
#3자회담#박근혜#황우여#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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