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하락에 밀수 기승… 1년새 9배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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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인천공항. 세관 조사팀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입국한 여성 A 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동안 입국한 뒤 하루 정도 머물고 출국하는 이상 행동을 반복해 세관 감시망에 포착됐다. A 씨는 비행기를 빠져나와 곧장 화장실에 들러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조사팀이 급습한 화장실에선 ‘대공사’의 흔적이 역력했다. 피 묻은 휴지, 검은색 절연 테이프 뭉치 등이 발견됐다. A 씨의 핸드백에서는 인절미 크기의 225g 금덩이 5개가 나왔다. 금덩이를 절연테이프로 감아 항문에 밀어 넣고 입국했다가 화장실에서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금 밀수 조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의 칼날을 피해 투자용 금을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자 시세 차익과 탈세를 통한 부당 이득을 노리는 밀수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 항문에 넣고, 속옷에 숨기고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적발된 금괴 밀수입 규모는 127kg(시가 약 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kg, 약 8억 원 상당)의 9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괴는 홍콩 일본 중국이 밀수 경로였지만 최근 공항에서 적발된 금괴 밀수 사례 5건은 모두 대만이 출발지였다. 세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주부 회사원 대학생 등을 모집해 ‘한류 관광객’으로 위장하는 신종 밀수 조직이 등장한 것이다. 일부 대만 젊은이들은 “공짜로 한국 여행을 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운반책이 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운반책들은 금 1kg을 운반하고 60만∼8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밀수 수법도 교묘해졌다. 1kg 단위의 금괴는 주머니를 만든 특수 제작 브래지어나 속옷에 넣어 온다. 금으로 옷걸이를 만들어 옷과 함께 가져오거나 사탕으로 위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만 밀수 조직은 225g 단위로 쪼개 1인당 5개씩 몸에 숨기는 방식을 선호했다.

○ 웃돈 붙어 거래되는 밀수금

최근 국제 금값이 하락하는데도 금 밀수가 고개를 든 이유는 국내 금값 상승과 투자용 금에 대한 저가 매수세 때문이다.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보다 1돈(3.75g)에 약 6000원 정도 비싸다. 국내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융과세 강화 등 지하경제 양성화의 칼날을 피해 투자용 금을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밀수 조직은 이틈을 노린다. 관세 부가세 소득세 등의 탈세를 통해 금 1kg을 밀수하면 정상적 경로로 수입한 금보다 400만∼500만 원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밀수금은 3.75g에 시세보다 약 1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금은 연간 100∼110t 정도이며 이 중 55∼70t 정도가 무자료로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가가치세 탈세 규모만 연간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관세청은 금 밀수가 기승을 부리자 5월 주요 세관에 13명으로 구성된 금 정보분석팀을 신설하고 감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결과 6개월간 추적 끝에 대만 밀수 조직 일당과 국내 조직책 유모 씨(35)도 붙잡았다. 유 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3가 금은방에서는 5억7400만 원 정도의 원화와 엔화 뭉칫돈 및 금을 녹여 골드바를 만드는 산소용접기와 모형틀도 나왔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뜸했던 밀수 조직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며 “정보분석팀을 확대하고 금괴 밀수 우범자와 국제 우편물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금값#밀수금#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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