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경태 “이렇게 잘하면 재미있는 야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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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6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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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경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박경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좌완투수 박경태(26)는 만년 유망주다. 2006년 그가 입단한 뒤 KIA 사령탑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모든 감독들은 항상 3월까지는 ‘올 시즌 가장 주목할 투수’로 박경태를 꼽았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하면 감독들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박경태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생애 최고의 투구를 펼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11일 군산 SK전에 선발 등판해 7.2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것. 특히 손가락에 피가 난 상태로 역투를 펼쳐 팬들을 감동시켰다. 1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박경태는 “마지막 선발등판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 절실함과 여유가 만들어낸 역투

11일 SK전은 감독들이 왜 그동안 ‘박경태’ 노래를 불렀는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일까. 박경태는 “공이 달라졌다기보다는 SK전을 앞두고 2군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후배 포수 백용환(24)에게 ‘그냥 우리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렇게 마음을 비운 것은 올 시즌 후 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 공익근무를 할 계획이었다. 이 한 경기 잘 던진들 인생이 달라질 리도 없었고, 이 한 경기 망가진들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런데 마음을 비웠더니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환상적 투구가 펼쳐졌다. 이전까지 통산 206경기에 등판해 한번도 5회를 넘겨 던져보지 못한 그가 생애 최다이닝(7.2이닝)과 최다투구수(94개)를 갈아 치웠다. “군대에 다녀오면 나이가 있는데, 누가 선발을 시켜주겠어요. 마지막 선발등판이라 생각하고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니까 되더라고요. 최정(SK)이면 다른 투수들도 다 피하는데, 뭣도 아닌 놈이 막 들이대니까 아마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 이젠 더 이상 하루살이가 아니다!

박경태는 과거의 자신을 “하루살이였다”고 표현했다. ‘못 던지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 생각이 더 많았던 나날들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복이 심했어요. 어떤 날은 시속 145km짜리 공을 던지다가, 어떤 날은 135km밖에 안 나왔어요. 코치님들은 ‘또 왜 이러냐’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또’라는 말에 상처를 받고 멘탈이 무너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젠 안 그러려고요.”

KIA 구단은 “아직 박경태의 군 입대는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동열 감독은 “SK전처럼만 던지면 된다”며 18일 사직 롯데전에 다시 한번 그를 선발로 내세우기로 했다. 만약 롯데전에서도 호투한다면 입대는 재고할 수 있을까. 박경태는 빙그레 웃으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롯데전도 그냥 마지막 선발이라고 생각하고 던지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 절실함이 생기니까 내 공을 던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SK전에서 6회쯤 ‘이렇게 잘하면 재미있는 야구를 왜 그동안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대전|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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