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채동욱 총장 사표수리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정현 “진실규명이 우선”… 일선 지검 평검사회의 일단 주춤
민정수석 ‘의혹 여성’ 전화번호 확보… 蔡총장에 건네며 “전화해보라”
개인정보 취득경위 논란 불거져

채동욱 검찰총장(54·사법연수원 14기)의 사의 표명 이후 대검 중간 간부가 항의성 사직을 하고 평검사 회의가 열리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15일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진실 규명을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북부지검과 수원지검 평검사들은 15일 열기로 했던 평검사 회의를 보류했으며 16일로 예정됐던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평검사 회의도 유보됐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채 총장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며 “사표보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은 “채 총장은 진실이 아닌데 왜 물러나나. 본인이 직접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문제는 검찰 독립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윤리에 관한 문제, 검찰의 신뢰와 명예에 관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14일 검찰의 감찰 실무책임자인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44·24기)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를 비난하며 사의를 밝혔고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46·24기)은 ‘황 장관이 검찰 독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14일 새벽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홍경식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62·사법연수원 8기)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8일 채 총장을 만나 문제의 여성 임모 씨(54)의 전화번호를 건네며 전화를 해보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홍 수석은 채 총장에게 “우리(민정수석실)는 연락이 안 된다. (채 총장이) 전화를 해서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며 통화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반드시 진위를 밝히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다음 날(9일)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이 내용을 전했고 참모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해도 임 씨를 회유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참모진 건의가 받아들여져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홍 수석뿐 아니라 민정수석비서관실 관계자도 임 씨 모자의 혈액형 등 개인정보를 명확한 취득 경로를 밝히지 않은 채 가까운 검사들에게 알린 사실도 확인됐다. 그 같은 개인정보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의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없이는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임 씨 관련 신상정보를 취득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조선일보의 보도에서부터 총장 감찰 및 사의 표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여권 핵심부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지성·동정민 기자 verso@donga.com

#채동욱 검찰총장#청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