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내년 상반기 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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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러, 완전제거 이행 로드맵 합의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해온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중반까지 시리아 화학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14일 합의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2∼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열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일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하는 한편 11월까지 국제 사찰단을 입국시키고 내년 중반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프레임워크(기본틀)’를 발표했다.

양국은 이날 공개한 4쪽 분량의 합의문에서 “시리아 보유 화학무기의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와 검증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거 대상에는 화학무기의 재료가 되는 화학약품, 생산 및 혼합 공정, 화학무기 발사 시스템, 연구개발(R&D) 공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 11월까지 사찰단의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생산 및 혼합기기를 폐기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장 폐쇄 등 제거 절차를 완료한다. 또 화학무기 해체는 OPCW의 감독 아래 시리아가 아닌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시리아가 100t 분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 45곳에 화학무기 시설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 국무부 관리는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 불이행 시 제재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없어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합의문에 담겨 있지 않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군사력 사용이나 자동 제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불이행은 차후 유엔 안보리가 다룰 문제”라며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처리에 관한 제네바 합의를 환영한다”며 “그렇지만 아사드 정권에 계속 압력을 주고자 미국은 군사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도 “미 해군 함정들이 공격준비 태세를 해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화학무기 폐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이 무력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고 의회의 반대 기류도 강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습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외교적 해법을 줄곧 강조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추가 사용을 막고 내전을 끝낼 정치적 해법의 길을 열었다”며 합의안을 환영했다. 알리 하이다르 시리아 국민화해부 장관은 15일 “ 러시아 친구들 덕에 시리아가 전쟁을 피하게 됐다”며 “시리아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자유시리아군 셀림 이드리스 사령관은 “합의안의 어느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는 중동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떠올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풀릴 수 있도록 러시아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시리아#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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