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 더듬는 어머니?… 치매 전조증상일지 모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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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 고향 도착하면 부모님 안색부터 살피세요

이틀 후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오랜만의 귀향. 정겨운 얼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명절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마음을 풀어놓고 노닥거리지는 말자.

이번 명절에는 늘 자식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부모님의 안색을 살펴보자. 무심한 세월은 참으로 빨리 흐른다. 그새 많이 늙으셨다. 이젠 자식 된 도리를 해야 할 때다.

건강검진을 시켜 드리는 것은 일단 명절 뒤로 미루자. 우선 목숨을 위협하는 중병(重病)의 징후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자. 몇 개의 전조증상만 익혀 두고 있으면 불행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 뇌중풍, 손발 마비 잘 살펴야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70% 정도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마비다. 다만 몸 전체가 마비되는 사례는 적다. 환자의 90% 정도는 몸의 한쪽만 마비되는 증상을 겪는다. 마비까지는 아니더라도 힘이 없거나 저릴 수 있고 이때도 한쪽에서만 나타난다.

밤에만 손목이 저리면 말초신경 장애, 손발이 창백하고 차갑다면 혈액순환 장애일 수 있다. 뇌중풍과는 일단 관련이 적다. 당뇨병 환자가 양쪽 손발이 다 저리면 신경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

어지럼증 또한 뇌중풍의 전조증상이다. 하지만 몸이나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럼증이 나타났다면 귓속 평형기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뇌중풍과 관련이 있는 어지럼증은 훨씬 정도가 심하다. 이를테면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도 어지럽다. 천장이 핑핑 돈다. 물건이 두 개로 보이거나 흐릿해진다. 심한 멀미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부모님의 두통도 챙겨 보자.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뇌중풍과 상관관계가 낮다. 뒷머리가 뻣뻣한 것도 뇌중풍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 증상은 목 주변 척추가 다쳤을 확률이 높다. 뇌중풍과 관계가 있는 두통은 강도가 아주 강하다. 머리에 벼락이 내리친 것 같은 통증이 있었다면 뇌중풍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차후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치매는 빨리 발견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선 부모님의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는지 살펴보자. 성격 변화도 체크포인트다. 예전보다 말을 덜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유달리 많아졌다면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치매 기운이 있다면 대체로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동작이 느려지고 얼굴 표정도 굳어진다.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이렇다면 명절이 끝난 뒤 즉시 치매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 심근경색, 가슴 통증 없어도 관찰 필요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 즉 흉통이다. “가슴이 조금 아프다” 정도가 아니다. 쥐어짜는 것 같거나 뻐근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이 이런 고통을 호소한다면 당장이라도 응급실로 가야 한다.

하지만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이런 흉통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다른 증상을 살펴봐야 한다. 식욕이나 기력이 최근 크게 떨어졌는지, 숨이 차는 일은 없는지를 꼼꼼히 챙기도록 하자. 만약 그렇다면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턱과 잇몸이 아파 치과에 갔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면 심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흉통이 사방으로 퍼진 방사통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사통은 턱이나 목 같은 부위로 종종 확산된다.

이 밖에 최근 입맛이 없어 잘 먹지 못했는데 체중이 늘었다면 심부전을 의심할 수 있다.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심장이 내보내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누웠을 때 호흡 곤란 증세가 더 심해진다면 심부전일 확률이 높다. 간혹 당뇨병이 원인이 돼 심부전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고열이나 목구멍 통증, 콧물과 같은 감기 증상은 없는데 기침만 지속될 때도 심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때는 천식이나 폐렴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심부전증에 걸렸다면 호흡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른기침도 자주 하게 된다. 잠자는 도중에 갑자기 마른기침이 자지러지거나 자세를 바꿨을 때 기침이 완화됐다면 심부전증일 확률이 높다. 흉부 X선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하자.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심장내과 이종영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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