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IG 회장의 사기성 CP 범죄에 철퇴 가한 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4일 03시 0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78세의 고령을 감안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구 회장에게 법원이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까지 한 것은 최근 기업인 범죄에 엄격해진 사법부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도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구 회장 등은 LIG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다른 계열사 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LIG건설이 부도 직전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00억 원대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P 발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조작하기도 했다. 무리한 기업 인수에 따른 손실금을 떠넘긴 LIG 오너 일가의 범법 행위 탓에 많은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주주와 채권자 등에게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주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기업범죄”라며 “투명한 기업경영의 책임을 도외시했으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재벌기업 회장들은 거액의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거나 형기를 다 채우지 않고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까지 생기게 한 판결 관행 때문에 기업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인을 존중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인의 몰지각한 불법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든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매진하는 건전한 기업인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많다.

기업인들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모면하려 하거나, 경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인 비리는 추상같이 단죄해야 한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야 성한 사과를 보호할 수 있다. 기업인들도 이제 회사 경영이나 사회 활동에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
#사기성 기업어음#구자원#LIG그룹#구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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