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미래의 아스널, 암울한 박주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9월 13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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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이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마침내 움직였다. 신호탄은 독일 국가대표 메수트 외질의 영입이었다.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 내내 숱한 선수들의 간만 보고, 제대로 된 영입은 성사시키지 못했던 아스널은 5000만 유로(약 750억 원)의 이적료를 들여 외질을 데려와 EPL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웽거 감독은 유망주를 키워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팀도 런던에 에미리츠 스타디움을 건립한 이후 한동안 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했다. 많은 자금을 들여 단 한 명의 선수를 데려오는 건 구단도, 웽거 감독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런던에 연고를 둔 첼시의 투자와 도약, 오랜 라이벌이지만 이제는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승세 유지, 중동 자금을 끌어들여 강호로 탈바꿈한 맨체스터시티, 전통의 명문 리버풀까지 착실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스널 팬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외질을 데려오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아스널은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4000만 파운드(약 7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 아닌, 우승에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아스널의 당당한 행보와는 달리, 박주영의 끝 모를 추락은 더욱 아쉽다.

리그 경기에 출격할 수 있는 25인 로스터에 포함됐다고는 해도 큰 의미가 없다. 웽거 감독의 구상에는 박주영이 존재하지 않는다. 베스트 스쿼드도 아닌데다 우선 교체순위에도 없다. 어쩌다 로테이션이 필요할 때, 그것도 승패와는 큰 관계가 없는 리그 컵 등에 출격할 확률이 높다. 아스널이 UEFA 사무국에 제출한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아 챔스리그에도 출전할 수 없다. FA(자유계약) 신분을 얻어 아스널 탈출을 노리지만 이 마저 불투명하다.

아스널은 오래 전부터 박주영을 무상으로 풀어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여러 클럽들과 접촉을 했으나 최근 수년 째 실패를 이어온 박주영의 실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어쩌다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무상 임대 등을 요구해 아스널이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알려진다. 박주영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보스만 룰에 따라 계약 만료 6개월 이내가 되는 내년 초부터 자유롭게 새 팀을 구할 수 있으나 아스널이 그 때도 몽니를 부린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영국 출장 중 박주영과 만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은 아스널의 미래와 박주영의 암울한 상황은 대조를 이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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