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온라인 쇼핑몰 구매 後記 조작은 사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구매 후기(後記) 게시판을 보면 ‘완전 강추’ ‘생각보다 대만족’ 같은 찬사 일색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줄줄이 달린 댓글 중 상당수는 업체 직원들이 쓴 거짓 후기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의류 쇼핑몰 1∼10위를 점검한 결과 4개 회사가 지난해 1만7000건이 넘는 가짜 댓글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다.

일부 회사는 ‘싼 게 비지떡’ ‘배송이 너무 느리다’ 같은 불만 댓글(2106건)을 아예 지워 버렸다. 경품 이벤트를 홍보해놓고 뒤로는 직원끼리 경품을 나눠 갖거나 반품과 환불을 부당하게 거부한 사례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그제 10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과태료 3950만 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7월에도 가수 백지영 등 연예인이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 6곳이 직원들이 쓴 후기를 사이트에 올려 제재를 받았는데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품평(評) 조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가짜 댓글은 업계의 관행인 양 암암리에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구매후기를 조작하기 위한 ‘댓글 알바’ 모집 광고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맛집 병원 등을 이용할 때 댓글을 참고한다. 객관적이고 진솔한 정보라고 믿기 때문인데 실상은 이 지경이다. 2011년 파워 블로거 4명이 지명도를 악용해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우호적 후기를 써준 뒤 뒷돈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500만 원씩 과태료를 내고 얼마 뒤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했다.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방치하다가는 온라인 세상에 대한 불신(不信)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유리한 글을 조작하거나 불리한 평가를 삭제하는 것은 허위 정보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사기 행위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의 거래액은 2008년 4270억 원에서 지난해 8520억 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어났다. 공정위는 다른 쇼핑몰로 조사를 확대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위반 회사에는 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업자들은 댓글 조작이 단순히 특정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란 점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가 자리 잡아야 값싸고 편리한 온라인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소비자도 댓글만 보고 충동구매하지 않도록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