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감독 ‘올드보이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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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조진규 윤종찬 이어 10월엔 이준익 감독도
박찬욱 강우석 강제규 1000만 관객 시대 활짝 열어
흥행과 비평 두마리 토끼 잡은 ‘행복한 세대’… “젊은 감각 유지가 성패 가를듯”

50대 감독들이 돌아왔다.

영화 ‘비트’ ‘무사’를 통해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였던 김성수 감독(52)은 올여름 ‘감기’로 관객 311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초 389만 명을 불러들인 ‘박수건달’은 ‘조폭 마누라’를 연출한 조진규 감독(53)의 복귀작이다. 강우석 감독(53)도 ‘전설의 주먹’으로 174만 명을 불러 모았다. ‘소름’ ‘청연’의 윤종찬 감독(50)이 연출한 ‘파파로티’도 관객 171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50대 감독들의 활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뜨겁다. 다음 달 이준익 감독(54)은 ‘소원’으로 돌아온다. 2010년 ‘평양성’ 이후 첫 연출작이다. 김기덕 감독(53)은 ‘뫼비우스’를, 홍상수 감독(53)은 ‘우리 선희’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찬욱(50), 김지운 감독(50)은 할리우드 데뷔작 ‘스토커’와 ‘라스트 스탠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감독이 유난히 조로(早老)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올드 보이’들의 귀환은 의미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강유정 평론가는 “할리우드에서는 80세가 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활약하고 있다. 문화계 전반에 어른이 없어지는데, 장년 감독들의 복귀가 한국 영화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50대 감독들은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세대다. 이들은 1998년 강제규 감독(51)의 ‘쉬리’를 기점으로 시작된 한국 영화 부흥기를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실미도’(강우석),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는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행복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전 세대 감독들은 프랑스 예술영화에 빠져들거나 얄팍한 상업주의에 기댔다. 하지만 50대는 프랑스 영화에 향수를 느끼면서도 할리우드의 공식을 공부한, 예술성과 상업성을 아우른 세대다. 이들의 복귀로 재밌으면서도 휴머니즘을 담은 영화가 나오고 있다.” 김종원 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의 평가다.

30, 40대 감독들이 코미디 스릴러 등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 매몰된 반면 군사정권 아래서 학창시절을 보낸 50대들은 사회 현실을 담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담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절대 권력을 한국적으로 신랄하게 풍자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10·26사태를 다룬 임상수 감독(51)의 ‘그때 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영화계의 침체기와 더불어 50대 감독들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박찬욱 강우석 이준익 감독의 흥행 파워도 예전만 못했다. 이들이 최근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시장의 변화가 이들을 불러냈다고 본다. 조폭 코미디나 액션물에 식상한 관객이 ‘새로운 맛’을 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작사 웰메이드 필름의 노종윤 대표는 “관객층이 50, 60대로 확대되면서 할리우드 스타일의 킬링 타임용 영화에 대해 시장이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사회적인 내용을 다루는 감독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제작자들은 감각이 떨어지고 통제하기 힘든 나이 든 감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감기’는 빠른 템포와 간결한 드라마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요소를 갖췄다. 이처럼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50대 감독들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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