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慈乘自縛’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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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스님 10월 10일 선거 출마 태세… 수좌들 “불출마 약속 지켜라” 집회

12일 오후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전국선원수좌회 주최로 수좌(首座)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승(慈乘·사진) 스님 총무원장 재임 포기 이행을 촉구하는 법회가 열렸다. 주로 선원(禪院)에서 수행하는 수좌들이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 수좌회 대책위원장 석곡스님(봉암사 주지)은 “지난해 도박 사건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자성과 쇄신을 위해 (자신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면 연임하지 않겠다는 것이 수좌들 앞에서 한 총무원장의 약속”이라며 “총무원장 직선제, 종단 재정 투명화, (부인을 숨긴) 은처승(隱妻僧) 축출 등의 약속도 이행하라”고 밝혔다.

18일 후보 등록으로 본격화하는 제34대 총무원장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현 원장인 자승 스님의 거취 문제다. 그동안 조계종 내에서는 자승 스님이 최대 계파인 화엄·법화회를 이끌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출마 약속과 룸살롱 사건 연루 등 자신이 스스로 옭아 맨 ‘자승자박(慈乘自縛)’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강했다. 그래서 화엄·법화회는 무량회와 무당파(無黨派)까지 영입해 ‘불교광장’이란 단체를 출범시킨 뒤 마땅한 후보가 없으면 자승 스님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국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무량회가 이탈하는 바람에 이 방안은 백지화됐다.

16일 예정된 불교광장 모임에서 다른 후보를 선택하지 않으면 자승 스님의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 종단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선거인단 321명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은 가능하겠지만 출마의 명분이 서지 않아 불교계 전체와 사회적 여론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광장에 맞서는 다른 계파인 무량·무차·백상도량(옛 보림)은 ‘3자 연대’를 통해 보선 스님(대흥사 회주)을 이미 후보로 추대했다. 10월 10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 간 경선으로 치러질 경우 역대 선거 중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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