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오리무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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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 되면서 임명직으로 전환… 시장 권한 약해 행정서비스 질 저하
직선제 도입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도의회선 “차기 도정으로 넘겨야”

제주 행정체제 개편이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의 도약을 위한 핵심 제도 개선 과제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0일 제주도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청했다. ‘제주도특별법’ 개정을 거쳐 내년 6월 4일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달 중 도의회 동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현행 임명직 행정시장 체제에 대해 도민들이 상당한 불만과 불편을 호소해 왔기 때문에 더이상 제도 개선을 늦출 수 없다”며 “도의회도 도민들의 강렬한 여망을 현실화하는 데 협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도의회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박희수 제주도의회의장, 강지용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은 4일 회동을 하고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차기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도의회 내부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보다는 기존 행정시 권한을 강화하거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방안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시군(기초), 도(광역)의 행정체제는 특별자치도(광역)로 단일화되고 4개 기초자치단체는 2개 행정시(도지사가 시장 임명)로 개편됐다. 하지만 임명직 행정시장을 경험한 결과 시장 권한이 약해 생활민원처리 지연, 행정서비스 질 저하, 주민참여 제약 등 문제점이 나타났고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주도는 제도 개선을 위해 2011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종 대안으로 제시했고 제주도는 이를 놓고 도민을 상대로 순회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이후 민심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1일부터 2일까지 지역 일간지에 의뢰해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49.3%에 불과했지만 ‘찬성한다’는 의견은 85.9%로 압도적이었다. 제주도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근거가 됐다.

제주도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실시해도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존 도의회에서 견제와 감시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도민이 직접 선출하는 행정시장에 조직과 인사권의 자율성, 예산편성 권한 등을 부여할 방침이다. 선출직 행정시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자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을 넘겨받은 제주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실제 동의 여부는 의문이다. ‘차기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부동의 또는 상정보류 등의 결정을 내리면 행정체제 개편을 가로막았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특별법 개정 여부 동의는 도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시기적으로 10월 중 국회에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행정시장 직선제가 실시될 수 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 내부 사정 등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행정시장 직선제#지방선거#행정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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