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문경’ 빠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시민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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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물에 도시 없이 ‘코리아’만 표기 “성금 모으며 기원 해왔는데 허탈해”
국방부, 여론 악화되자 수정 검토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개회식이 열릴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 문경시 제공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개회식이 열릴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 문경시 제공
2015년 경북 문경시를 중심으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준비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회 상징물(엠블럼 마스코트 슬로건)에 개최도시명을 빼 지역민의 반발을 산 데다 전체 사업비를 잘못 예상해 추가 예산까지 확보해야 하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방부와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는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회 상징물 선포식을 했다. 우리나라 고대 신화에 나오는 삼족오(세 발 달린 상상 속 검은 새)를 본떠 엠블럼과 마스코트를 만들었다. 대회 주제는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으로 정했다.

그러나 상징물에 개최도시 이름이 없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회 영문명도 ‘코리아(KOREA)’만 들어갔다. 200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 201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5회까지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상징물에는 개최도시 이름이 반영됐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는 국제 홍보를 위해 상징물에 개최도시인 ‘문경’ 대신 ‘코리아’를 넣도록 요구했다. 국방부도 글로벌 기업 후원을 위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문경시와 시의회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방부와 국회 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에 상징물 내용 표기 수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경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징물 관련 공식 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경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주대중 세계군인체육대회시민지원회 공동위원장(63)은 “문경 전체가 실망감에 빠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시민들 참여는 더이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구성한 시민지원회는 지금까지 12억6000여만 원의 성금을 모금하는 등 대회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지만 지금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상징물에 문경 표기가 확정될 때까지 국방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여론이 들끓자 국방부 등은 뒤늦게 개최도시를 표시하는 방향으로 상징물 수정 검토에 들어갔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가능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CISM 승인 변경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회 준비가 부실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승인 당시 운영비는 539억 원(국비 50%, 지방비 30%, 수익료 충당 20%)이었지만 최근 대회 조직위원회가 추산한 액수는 1700여억 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조직위원회는 기획재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 달까지 확정되지 않으면 국회 예산 배정이 어려워 내년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조직위원회 한 간부는 “이대로라면 대회 종목을 축소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995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열렸으며 4년마다 110여 개국 1만여 명의 군인 선수가 참가한다. 축구 배구 사격 등 25개 종목에서 자웅을 겨뤄 ‘군인올림픽’으로 불린다. 문경시는 2007년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유치한 데 이어 2011년 군인체육대회를 유치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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